많은 전문가들이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 관한 해석과 해설을 내놓고 있다. 필자도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 보려 한다.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눈앞에 놓인 당면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그 효과를 실감케 하는 것이 실용이다. 너무 당연한 명제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단기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데 매몰되면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골몰해 긴 안목의 방향을 잃기 쉽다. 앞에 놓인 도전을 헤쳐나가는 속에서도 우리의 눈은 멀리 두어야 한다. 실용외교는 목적이 아니며 방법론이다. 이는 우리의 외교가 지향할 목표와 비전을 일러주지는 않는다.
우리의 외교가 장기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10년 후, 20년 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나라,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 장기적 외교비전을 채워줄 것이다.
국익 중심이라는 말은 실용이라는 방법론에 구체성을 더한다. 국익 중심이라는 말 역시 그 자체로 반박할 여지는 없다. 다만 무엇이 국익인가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좁은 의미의 국익과 넓은 의미의 국익이라는 두가지 서로 다른 차원의 국가 이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좁은 의미의 국익은 당장 우리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이익이다. 당장 우리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출로 벌이들이는 경제적 이익,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의 축소, 즉 외부로 나갈 것을 아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반면 넓은 의미의 국익은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아 간과하기 쉽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좋은 이미지와 평판, 한국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다. 이런 자산은 단기간에 축적할 수도 없고, 한국이 부유하다고 해서 돈으로 살 수도 없다. 오랜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축적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힘과 위상은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상승한 위상만큼이나 국제사회가 한국에 기대하는 긍정적인 기여와 적극적인 역할도 매우 커졌다. 이런 기대를 받는 한국이 좁은 국가 이익에 매몰되면 더 큰 이익을 희생할 수도 있다. 우리의 좁은 단기적 국익과 넓은 장기적 국익 추구 사이 최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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