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이 주택공급 후보지가 된 이유는 공공기관 소유 부지이기 때문이다. 민간이 소유한 땅과 달리 토지보상, 수용 등 복잡한 과정을 건너뛸 수 있다. 투기판인 수도권 민간 토지는 막대한 정부 재정을 쏟기 어려운 점도 있다. 추가로 정치적·정서적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마사회는 '신의 직장'이란 인식, 사행산업이란 편견, 과천 재건축 부자 같은 상대적 계급의식 말이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손해보더라도 다수를 위한 공공주택을 더 짓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실제 과천시 녹지율은 86.8%다. 경기(75.3%), 서울(38.6%) 평균보다 높다. 살기 좋고 여유공간이 많다는 뜻이다.
합리적인 정책 결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숨 가쁘게 진행되는 공급책에 뒤처지는 고용 취약계층이다. 정책이 조준하는 것은 '신의 직장'과 '과천 알부자'이지만, 그 영향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어서다. 과천 마사회에는 일반직 등 671명 외에도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 과천 마사회에는 주 2일 근무하는 단시간 무기계약직인 경마지원직 917명, 50·60대 시니어 채용으로 구성된 자회사 소속 미화원 등 405명이 있다. 이 밖에 높은 재해율과 고용불안정성을 겪는 마필관리사 등 경마 관계자 1044명이 일한다.
9800가구처럼 확실한 숫자는 힘이 세다. 반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가치는 약하다. 1989년 시작된 경마공원의 역사, 취약계층 근로자의 근무여건은 정책 결정에서 간과하기 쉽다. 예를 들어 경마지원직은 일급 약 10만원을 받는다. 40·50대가 60.5%로 대체로 여성이다. 마필관리사는 말의 생체리듬 및 훈련에 맞춰 새벽에 일한다. 경기 외곽으로 이전 시 이들의 출퇴근길은 어떨까. 또한 전국 고교 6개, 대학 7개뿐인 말 관련 학생들은 유일한 서울 근무지가 사라지는 것을 어떻게 느낄까.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최초 발표한 말복지 대책은 이어질까. 경마공원 이전에 놓여 있는 수많은 결정들이 바닥에 흩어진 마권처럼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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