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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 나스닥만큼 신뢰 높아지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2 18:16

수정 2026.02.12 18:16

‘동전주’ 등 상장 폐지 대상에 포함
공시·회계·지배구조도 대수술해야
코스닥 상장기업 중 최대 220개의 부실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닥 상장기업 중 최대 220개의 부실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7월부터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기업 중 최대 220개의 부실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가 12일 내놓은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선방안'을 통해서다. 지난 20년 동안 코스닥시장에 1353개 회사가 신규 상장된 반면 415개사만 퇴출된 구조 탓에 문제 기업이 적체돼 있다고 보고 부실 정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부실기업을 솎아내기 위해 금융위는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를 상장폐지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이런 동전주는 주가가 수백원에 그쳐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작아 주가조작의 대상이 되기 쉽다.

관리종목 지정 후 거래일 기준 45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즉시 퇴출시키고,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 위반 사실이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상장폐지 심사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이번 조치는 코스닥의 시장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SNS를 통해 증시를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지적한 직후 대책이 나온 것이다. '오천피, 천스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수 부양보다 증시 자체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 코스닥은 벤처의 산실을 목표로 1996년 출범했지만 현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상장기업 수는 1800개로 코스피의 2배에 이르지만 시가총액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운동장을 뛰는 선수의 수만 늘었을 뿐 선수들의 체력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며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무엇보다 감사의견이 거절될 정도로 부실한 기업이 늘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정보공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이는 코스닥의 고질적 약점으로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합리적 가치 평가 대신 단기 재료에 따라 위험이 따르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마저 제값을 인정받지 못한 채 시장 전체가 만성적인 저평가에 머무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코스닥의 모델 격인 미국 나스닥은 1996년 이후 지수가 약 18배로 급등했다.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굴지의 혁신기업에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그 영향으로 기업가치가 오르고 투자가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다. 단기 매매에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코스닥시장과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코스닥이 '한국판 나스닥'으로 도약하려면 부실기업 퇴출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입과 퇴출이 원활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동시에 공시 투명성 강화, 회계·지배구조 개선, 기술기업에 대한 장기자금 유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대수술도 필요하다.
투자자가 믿고 참여할 수 있는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혁신과 성장의 선순환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