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반짝 주가 띄우기·동전주 액면병합 등 '버티기' 원천 차단 [부실 상장사 신속 퇴출]

김미희 기자,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2 18:16

수정 2026.02.12 18:16

코스닥 20년간 1353개사 진입
퇴출은 415곳… 좀비기업 '연명'
당국, 상폐 개혁으로 증시 부양
전문가 "실적이 뒷받침돼야"
소액주주 반발·분식회계 우려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짝 주가 띄우기·동전주 액면병합 등 '버티기' 원천 차단 [부실 상장사 신속 퇴출]
금융당국이 12일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의 핵심은 부실기업의 '버티기 작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도 부실기업이 줄지 않았던 것은 일시적 주가 띄우기, 액면병합, 가처분 소송 등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곧바로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도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법원과 적극 협의할 계획이다.

■부실기업 상시 퇴출체계 갖춘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는 오는 4월부터, 시가총액·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완전자본잠식·공시위반 등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신설은 오는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한국거래소에 민경욱 코스닥시장본부장(부이사장) 주도로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하고 내년 6월까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키로 한 것은 더욱 신속·엄정하게 부실기업들을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년간 1353개사가 진입하고 415개사가 퇴출되는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가 고착됐다. 그 결과 전체 시가총액은 8.6배로 불어났지만, 지수는 1.6배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시총과 지수가 각각 6.7배, 3.8배 늘었다.

이에 정부는 기존 제도 아래서 부실기업이 연명할 수 있었던 우회 통로를 구조적으로 막는 데 초점을 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속 45거래일' 기준이다.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시총(또는 주가 1000원) 기준을 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는 이 기준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전주도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를 올리더라도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이면 퇴출 대상에 포함시킨다. 일례로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기업이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액면가 2000원으로 병합(주가 1200원)해도 상장폐지 대상이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법원과의 가처분 소송 신속처리 협의도 병행한다. 올해 상장폐지 대상이 당초 예상했던 50개사에서 150개사 내외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나면 소송 건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조치가 상시 퇴출 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우선 한국거래소 경영평가에서 상장폐지 실적에 100점 만점 중 최소 20점을 반영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상장폐지 관련 평가항목이 없었기 때문에 퇴출실적이 거래소의 성과 지표로 정착되는 것이다. 권 부위원장은 "올해부터 코스닥본부에 별도의 경영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평가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 기초체력 강화 시급

다만 부실기업이 퇴출되기 전까지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에 나설 우려도 높다. 이에 권 부위원장은 "어떠한 불공정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시장 감시 강화를 예고했지만, 감시 인력과 시스템이 급증하는 대상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한 퇴출 대상기업의 소액주주 반발과 정치적 압력 등도 변수로 꼽힌다.

게다가 시장 일각에서는 부실기업 퇴출만으로 코스닥 지수 반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대형 반도체주의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며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과 달리 코스닥은 지수 전체를 끌어올릴 만한 실적개선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정책은 이미 이전에 이뤄졌어야 할 시장 정상화 작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려면 밸류에이션뿐 아니라 실적이라는 기초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기업이 실질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