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후정책의 법적 토대를 사실상 뒤엎는 초강수를 뒀다. 2009년 채택돼 연방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가 돼온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지하고, 모든 차량·엔진에 대한 연방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 러스 보우트 백악관 예산국장과 함께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그는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정책을 종료한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제 철폐 조치"라고 주장했다.
'위해성 판단'은 온실가스가 인간 건강과 복지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과학적 판단으로, 2007년 연방대법원이 '매사추세츠 대 EPA' 판결에서 EPA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인정한 이후 2009년 공식 채택됐다.
이번 폐지로 자동차 부문 온실가스 배출 기준의 측정, 보고, 준수 의무는 사라지게 된다. 다만 발전소 등 고정 배출원에 대한 규제는 별도 법적 다툼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 운송과 발전 부문은 각각 미국 온실가스 배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해성 판단'에 대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가격 인상을 초래한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EPA는 이번 조치로 미국 납세자들이 1조 300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차량 배출 규제가 연료비 절감과 유지·보수 비용 감소를 통해 연간 990억달러의 순편익을 가져오고, 소비자들이 차량 수명 동안 평균 6000달러를 절감할 것이라고 추산했었다.
자동차 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자동차혁신연합은 "현재 전기차 수요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전 행정부의 배출 기준은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혔지만, 이번 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환경방어기금(EDF)은 "폭풍·홍수·보험료 급등을 초래하는 오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결국 미국 가정에 더 높은 비용과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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