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격…고성능 HBM4 양산
SK하이닉스, 안정성·경제성으로 승부
삼성, 기술적 우위에도 안정적 수율 확보 관건
삼성, 점유율 40% 전망도 나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시장을 두고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물량을 사실상 독식하며 시장을 주도해온 가운데, 삼성전자가 업계 최고 성능의 HBM4 양산 및 출하를 시작하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13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를 발표했다.
설 연휴 직후로 예정됐던 일정을 일주일 앞당긴 것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Vera Rubin)'의 양산 일정에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한 세대 앞선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자체 파운드리의 4나노 로직 공정을 결합했다.
특히 전력과 신호를 제어하는 로직 다이에 4나노 공정을 도입했다. 메모리와 로직을 한 몸처럼 설계 최적화(DTCO)했다.
그 결과 HBM4의 동작 속도는 업계 표준(8Gbps)을 46% 상회하는 11.7Gbps를 달성하고, 최대 13Gbps까지 구현 가능한 확장성을 확보했다. 대역폭 역시 전작 대비 2.7배 향상된 3.3TB/s에 달한다.
그동안 HBM3와 HBM3E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삼성전자는 한때 사업성 부재를 이유로 HBM 조직을 해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출시에 맞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베라루빈'은 기존 AI 칩인 '블랙웰'보다 추론 성능은 5배, 학습 능력은 3.5배 이상 빨라진 차세대 칩으로 6세대 HBM4의 탑재를 필요로 한다. HBM4는 5세대 보다 대역폭을 크게 넓혀 데이터 전송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 공급을 위한 HBM4 양산과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양사의 맞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3파전'을 예고했던 마이크론은 HBM4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출하를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시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HBM4 대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각 사의 제작 방식이다. 삼성과 달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수율(합격 비율)이 입증된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TSMC의 12나노 로직 공정을 활용해,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10나노급 5세대(1b) D램은 삼성전자의 10나노급 6세대(1c) D램보다 공정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고, 대량 양산 시 안정성과 수율, 경제성 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HBM 하단의 로직 다이를 TSMC의 공정으로 제작해 엔비디아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높였다. 반면 삼성은 설계부터 생산까지 내부에서 처리하는 턴키(Turn-key) 전략에 나서 대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70%, 삼성전자가 약 30%의 점유율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신뢰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경쟁업체와의 맞대결을 자신했다.
송재혁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HBM4 양산에 대해 "삼성의 진정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을 계기로 올해 HBM 매출이 전년대비 3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판도는 HBM4의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의 선택으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의 요구 사양을 기존 11Gbps에서 13Gbps로 상향 조정했다고 알려지면서 판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SK하이닉스의 HBM4가 기존 구조상 한계치인 11.7Gbps 수준에 머무는 반면, 삼성은 엔비디아의 요구치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베라 루빈' 출시 전까지 삼성이 수율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맞출 수 있느냐도 핵심 승부처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HBM4 양산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c D램과 4nm 공정을 적용한 HBM4성능이 기대치를 상회해 향후 점유율 4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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