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2일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에게 255억원 상당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가 1심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연제협은 13일 '템퍼링 용인한 판결…K팝 산업 위축, 제작현장 붕괴 우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 간 주주간계약 효력 및 해지와 관련한 2026년 2월 12일 1심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연제협은 이번 사안을 두고 "단순한 특정 당사자 간의 법적 공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연예 제작 현장이 수십 년간 지켜온 최소한의 질서와 원칙을 확인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과 신뢰가 무너지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부연했다.
연제협 "현장 불신 조장할까 우려"
연제협은 이번 판결이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불신을 조장할까봐" 우려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의 독립 방안을 검토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 사정만으로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제협은 "제작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산물"이라며 "아티스트 한 팀을 대중 앞에 세우기까지는 수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자본,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의 헌신적인 노동이 투입된다. 이 복잡한 공정에서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는 파트너 간의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 신뢰가 파탄 나는 순간 제작 현장은 붕괴된다. 팀은 분열되고, 제작진은 소진되며, 아티스트와 팬덤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템퍼링을 획책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실행 전 발각되었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연제협은 이번 판결이 '투자 계약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제작 현장에서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시스템과 인적 자원에 대한 장기적 신뢰의 선언"이라며 "신뢰 관계가 명백히 파탄 났음에도 계약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투자자로 하여금 보수적인 판단을 강요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엔터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위축 우려..중소 제작사 고사될 것
투자가 마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들과 신규 프로젝트다.
연제협은 "중소 제작사는 고사하고 현장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며,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다양성과 경쟁력은 감퇴할 수밖에 없다"며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결코 제작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템퍼링은 시도 자체로 현장을 파괴한다"며 "템퍼링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라, 공동의 결과물을 찬탈하려는 행위이자 산업의 신뢰를 뿌리째 뽑는 파괴적 행위"라는 것이다.
연제협은 항소심 등 향후 절차에서 사법부가 업계의 특수성과 제작 현장의 현실을 깊이 통찰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계속적 관계에서,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경계가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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