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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2 거짓신고, 공동체의 안전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8 12:19

수정 2026.02.18 12:19

[기고] 112 거짓신고, 공동체의 안전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다

최근 온라인 게시글과 112신고를 통해 공항·역·백화점·학교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거짓 신고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거짓신고는 국가의 긴급 대응 체계를 흔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시민에게 돌아간다.

거짓신고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치안 공백이다. 순찰차와 경찰 인력이 거짓 신고 현장에 묶이는 순간, 다른 곳에서는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심정지 환자, 자살 고위험자, 강력범죄 피해자에게 1분 1초는 생사를 가르는 시간이다.

거짓의 한 통은 누군가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연시킬 수 있다.

그러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과 공항에 대한 폭발물 설치 거짓신고는 열차 운행과 항공기 운항 지연으로 이어진다. 수백, 수천명의 시민이 불편을 겪고 일정이 틀어지며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 백화점과 대형 상업시설은 긴급 대피로 영업을 중단하고 막대한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학교의 경우 수업이 중단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에 떨게 된다. 거짓신고는 경찰력 낭비를 넘어 시민 생활 전반에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사회적 범죄다.

정부와 경찰은 더 이상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2024년 7월 시행된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짓 신고에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수 경찰력 투입 등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 사건은 구속수사를 검토하고, 사안이 중대하거나 반복적일 경우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해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국회에서도 거짓신고를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거짓신고에 대한 사회적 관용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형사처벌과 별도로 경제적 책임도 무겁다. 경찰은 거짓신고로 실제 동원된 인력의 인건비와 유류비, 장비 운영비 등을 산정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천만 원대 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있었다. 거짓 신고로 발생한 비용은 결국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다. 순간의 장난이 개인과 가족에게 장기간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처벌만으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민의식의 변화다. 112는 개인의 분풀이 창구도, 호기심을 충족하는 수단도 아니다. 112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공공 안전망이며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재다. 내가 무심코 한 거짓 신고 한 통이 다른 이의 안전과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비긴급 상황에서는 제도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문화도 중요하다. 긴급 범죄와 재난은 112로, 일반 행정 상담은 110으로, 경찰 관련 민원 상담은 182로 구분해 이용해야 한다. 정확한 신고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으로 이어진다.

거짓신고 근절은 단순히 법을 지키는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정직한 한 통의 신고가 생명을 살리고, 책임 있는 시민의식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다. 112는 장난이 아니라 생명선이다.
거짓의 한 통이 공동체의 안전과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모두의 책임 있는 참여가 절실하다. / 이승협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