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끝] 폐업 100만, 소상공인 정책 대전환할 때
'전체 취업자의 20%' 자영업은 경제 밑바닥 버팀목
단순 보호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 주체로 육성해야
영업 마감 후 적막한 주방을 메우는 사장님의 한숨소리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자영업 폐업 수치는 단순한 통계 그 이상입니다. 그 숫자 안에는 평생을 바친 퇴직금이, 자녀의 꿈을 담았던 학원비가, 그리고 한 가족의 마지막 보루였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그들의 소리 없는 사투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자영업계가 임계점에 내몰렸다.
"오늘도 문 닫는다" 폐업 100만 시대의 도래
현장의 위기는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개인·법인 합계)는 100만 8282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 선을 넘어선 수치다. 2023년(98만 6487명)에 이어 폐업 증가세가 가속화되며 본격적인 이른바 '폐업 100만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줄폐업의 근본 원인은 기형적인 수익 구조에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의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영업비용 중 식재료비 비중은 약 40.4%에 달한다. 여기에 인건비(29.4%), 임차료(8.7%), 배달 플랫폼 수수료 및 가스비 등 고정비를 차감하면 사업자의 영업이익률은 10%대 초반 혹은 그 이하에 머문다.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실질 수익이 최저임금 수준을 밑도는 구조적 모순이 자영업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갑 닫은 소비자들 '텅 빈' 식당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의 2024년 서비스업 생산지수를 보면, 음식점 및 주점업 지수는 일부 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식재료비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운영 비용은 상승하는 이중고가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계의 부채 상황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72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738조 원) 대비 약 45%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4년 5월 말 기준 0.69%까지 치솟으며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 취약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1분기 말 기준 전체 자영업 대출 잔액 중 3곳 이상의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71.3%에 달한다. 금리 인상이나 경기 추가 침체 시 연쇄적인 경영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목소리 경청하는 정부…더 많은 다양한 정책 나올까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의 답은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 있다"며 취임 이후 골목상권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충북 충주 무학시장을 방문해 제수용품을 구입하며 시장 민심을 청취했다. 앞서 9일에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아 체감 경기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수출이 회복되고 주가도 오르고 있지만, 막상 식당에 와서 밥 한 끼 먹어보면 국민이 왜 힘들다고 하시는지 뼈저리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책 성과는 통계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에서 확인돼야 하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아직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현장 중심 정책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이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정책의 강제성과 수행 방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강력한 법적 강제성을 동원하거나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적인 임대료 지원 등 탄력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배달 수수료와 관련해 미국 뉴욕시는 법적 상한선(항목별 상한 23%)을 두고 플랫폼 수익을 직접 규제해왔으며, 최근 규제 완화(최대 43%) 과정에서도 배달 기본 서비스에 대해서는 상한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시장 자율성에 기반한 '자율 상생 협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임대차 제도에서도 프랑스는 물가와 연동된 상업임대료지수(ILC) 체계와 영업권 보호 제도를 통해 임차인의 지위를 보장하는 반면, 국내는 법적 상한제와 더불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등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간접 지원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짜 너무 힘들어요" 벼랑 끝 자영업자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일종의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50대 자영업자 김모 씨는 "정부에서 각종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장님들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가장 좋다"면서 "당장 돌아오는 식당 운영비, 매출 등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50대 자영업자 박 모씨 역시 "폐업을 하면 끝이 아니라, 식당 창업 과정에서 발생한 부대 비용 등 처리를 해야 한다"면서 "그걸 다 정리하면 이제 뭘 먹고 사나, 그런 스트레스가 정말 심하다"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산업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전환 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미래 10년 전략'토론회에서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상권 기반의 정책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지방 소멸, 상가 과잉 공급, 온라인 소비 급증으로 전통 상권이 양극화되고 있다"면서 "현재 전국 약 1900개 상권에서만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며 "공공 지원 대상 상권을 전략적으로 재설정하고 지원 방식도 차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사례를 들어 "하위 상권의 무작위 지원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간 상권에 집중하는 투자형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상권 거버넌스 체계도 전문성과 책임을 갖춘 주체로 구성해야 하며, 상권 조합과 지역 신보 등이 수익과 리스크를 함께 공유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재섭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산업정책적 관점의 전환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 영세화, 고령 창업자 확대 등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며 "단순 보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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