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0도 없이 금메달?"... 美 언론, 판정 두고 시샘 섞인 '뒷말'
심판은 정확했다... 기술 난이도 압도한 최가온의 '미친 높이'
[파이낸셜뉴스]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1080도 회전 없이 금메달인가?"
미국 NBC 해설위원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묻어났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의 뒤를 잇는 미국의 자존심, 클로이 김이 2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리비뇨의 밤하늘을 가른 주인공은 명백히 대한민국 18세 소녀, 최가온(세화여고)이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전. 이날의 승부는 단순히 점수판의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각본 없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경기 직후 미국 언론은 시끄러웠다. AP통신은 "작은 논쟁이 일고 있다"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핵심은 '기술'이었다. 클로이 김은 여자 선수들이 마의 영역이라 부르는 '더블 코크 1080(공중 두 바퀴 반 회전)'을 성공시켰다.
반면 최가온은 900도와 720도 기술 조합으로 승부했다.
토드 리처드 NBC 해설위원은 "클로이 김이 1차 시기에 보여준 그 엄청난 기술을 점수가 후해지는 2, 3차 시기에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술적 난이도만 놓고 보면 클로이 김이 위라는 주장. 일종의 '시샘' 섞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심판들의 눈은 정확했다. 스노보드는 수학 문제가 아니다. AP통신조차 인정했듯, 최가온은 '높이'에서 클로이 김을 압도했다.
평균 20cm 더 높게, 더 우아하게 날았다. 기술의 연결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연기의 완성도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심판진은 '위험한 기술'보다 '완벽한 지배력'에 손을 들어줬다. 0.25점 차, 짜릿한 승리였다.
논란을 잠재운 건 오히려 패배한 '전설' 클로이 김이었다. 올림픽 3연패가 좌절된 순간, 그녀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최가온에게 다가와 뜨겁게 포옹했다.
미국 언론이 "심판 판정이 옳았나"를 따지고 있을 때, 클로이 김은 "네가 최고였다"며 최가온의 등을 두드려줬다.
자신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여제의 시대가 열렸음을 인정하는 아름다운 승복이었다.
미국 언론의 '작은 논쟁'은 역설적으로 최가온의 우승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피어난 꽃 인지를 증명해 줄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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