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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술로 정치자금 투명화" 日정치판 흔든 AI 엔지니어[재팬인사이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7 15:41

수정 2026.02.18 13:34

창당 9개월만에 중의원 11석 획득한 팀 미라이
AI 기술로 정치 자금 투명화, 여론 정책 반영 반향
법안·정치자금 흐름 실시간 공개 추진
청년·도시 엘리트의 지지, 확장성은 과제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 대표(가운데)와 지난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 출마한 팀 미라이 후보들. 지난해 5월 설립된 신생 정당인 팀 미라이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약 381만표(전체 득표율 6.66%)를 얻으며 11석을 획득했다. 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 대표(가운데)와 지난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 출마한 팀 미라이 후보들. 지난해 5월 설립된 신생 정당인 팀 미라이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약 381만표(전체 득표율 6.66%)를 얻으며 11석을 획득했다. 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중의원 선거를 열흘 남짓 앞둔 지난달 27일 도쿄 시부야역 하치코 광장. 거대 정당들의 유세차가 확성기를 울리는 사이 민트색 입간판 5개를 세운 낮은 연단에 30대 남성이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분열을 부추기지도, 상대를 깎아내리지도 않겠습니다.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차분히 호소해 나가겠습니다"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출신의 안노 다카히로(35). 그가 이끄는 신생 정당 '팀 미라이(チームみらい)'는 지난 8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11석을 얻었다. 창당 9개월, 중의원 의석이 한 석도 없던 신생 정당이 단숨에 원내 제6당으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후보 평균 연령은 39.5세. 도쿄대·교토대 출신, AI 엔지니어, IT기업 경영자, 컨설턴트가 줄줄이 금배지를 달았다.

일본 정치권이 '또 하나의 소수 정당'으로 치부하던 이 정당은 이제 하나의 '현상'이 됐다. 팀 미라이가 일본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킨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정치 개혁 시도, 낡은 정치와 결별 선언, 새로운 소통 방식 등을 꼽는다.

①AI로 정치 개혁: 블랙박스 같은 국회 파헤치기

안노는 199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 공학부 시스템창성학과를 졸업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AI 챗봇 기업 비도어(현 PKSHA커뮤니케이션)와 리걸테크 기업 MNTSQ를 연달아 창업했다. 2021년에는 소설 '서킷 스위처'로 제9회 하야카와 SF 콘테스트 우수상을 수상하며 SF 작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15만표를 얻으며 정치권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 때 구성된 자원봉사 조직 '팀 안노'가 지난해 5월 정당 '팀 미라이'로 전환됐다. 당명에 이념이나 가치를 넣지 않고 ‘팀’이라는 표현을 택한 것도 의도적이었다.

안노의 정치관은 분명하다. "일본이란 운영 체제는 낡았다. 버그를 수정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정치는 이념 투쟁이 아닌 플랫폼 설계다."
실제로 팀 미라이는 이번 선거에서 'AI를 활용한 디지털 민주주의'를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선거 이후에는 '나가타초(일본 정치권과 국회를 지칭) 엔지니어 팀' 발족을 선언하고 국회의 입법·예산·심의 과정을 데이터로 시각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안노는 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블랙박스처럼 보인다. 어떤 법안이 어디에서 멈췄는지, 누가 수정했는지, 왜 지연되는지 일반 시민은 알기 어렵다. 우리는 그 흐름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법안 처리 단계 추적 대시보드 △정치자금 흐름 공개 플랫폼 △이해관계자 면담 기록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 내부에서는 이를 '행정 DX(디지털 전환)의 파일럿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국회 태블릿 전면 허용'도 목표로 한다. 현재도 일부 전자기기 사용은 가능하지만 자료 공유와 수정에는 제약이 있다. 팀 미라이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시스템을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노가 정치인이라기보다 컨설턴트, 혹은 프로덕트 매니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가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고 기능을 개선하겠다는 접근은 기존의 보수·진보 프레임과 결이 다르다.

팀 미라이 홈페이지에 공개된 당 정치자금 흐름표. 마지막 업데이트 시점은 지난해 12월 28일이며 팀 미라이에 정치자금이 얼마나 들어오고 얼마나 나갔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당 수입은 개인기부, 정치단체 기부, 정당 교부금, 입법 업무비 등, 당 지출은 정치 활동비, 광고비, 인쇄비, 인건비 등 세부적으로 분류해 시각화했다. 팀 미라이는 해당 툴을 모든 국회의원 및 정치단체가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팀 미라이 홈페이지에 공개된 당 정치자금 흐름표. 마지막 업데이트 시점은 지난해 12월 28일이며 팀 미라이에 정치자금이 얼마나 들어오고 얼마나 나갔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당 수입은 개인기부, 정치단체 기부, 정당 교부금, 입법 업무비 등, 당 지출은 정치 활동비, 광고비, 인쇄비, 인건비 등 세부적으로 분류해 시각화했다. 팀 미라이는 해당 툴을 모든 국회의원 및 정치단체가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팀 미라이의 수입, 지출 흐름. 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팀 미라이의 수입, 지출 흐름. 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②낡은 정치와 선 긋기: 소비세 감세에 'No'

팀 미라이는 이념 대립이나 포퓰리즘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의도적으로 이념 전선을 흐렸다. 선택적 부부별성 법제화와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입장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젊은 층에서는 '이념 공방에서 벗어났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대 쟁점이었던 소비세 감세에 대해서도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자민당과 주요 야당 대부분이 세율 인하 또는 폐지를 공약한 반면 팀 미라이는 유일하게 소비세 감세를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사회보험료 인하를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세보다 사회보험료가 저소득층에 더 역진적이라는 논리였다.

안노는 "소비세를 낮추는 대신 미래 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감세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정반대 전략을 취한 셈이다. 그는 선거 직후 "우리가 (감세에 회의적인 유권자들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출구조사에서도 세대 간 온도 차는 분명했다. 팀 미라이 지지율은 10~30대에서 5~6%로 나타난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3% 이하로 떨어졌다.

선거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기존 야당을 지지하던 현역 세대 일부가 팀 미라이로 이동한 흐름이 확인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테레비도쿄가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8~39세에서 팀 미라이 지지율은 직전 조사(지난해 7월) 4%에서 8%로 상승했고, 40·50대에서도 3%에서 9%로 급증했다. 기존 정당에 피로감을 느끼던 현역 세대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된 셈이다.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정치학 교수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팀 미라이의 소비세 감세에 신중한 태도가 미래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젊은 세대의 수용처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지난 8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 후보자 포스터가 붙은 선거 게시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화상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지난 8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 후보자 포스터가 붙은 선거 게시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화상

③다른 언어와 다른 방식으로 소통: '좌우' 아닌 '신구' 대립

팀 미라이는 기존 정치 엘리트와 다른 배경, 다른 언어, 다른 방식을 내세운다. 스스로를 '일본에서 가장 젊은 국정 정당'이라고 규정하며 유세차 대신 유튜브 라이브를, 연설문 대신 태블릿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한다. AI 챗봇 'AI 안노'는 24시간 유권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분열을 자극하는 대신 시스템 개선을 말하는 태도는 낡은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청년층과 도시 중산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지지층은 대도시, 고학력, 디지털 친화적 유권자에 집중돼 있다. 당 후보군 역시 젊은 경영자와 컨설턴트 등 이른바 '어퍼 미들(Upper-middle, 부유한 중산층)'이 다수를 차지했다.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외 계층이 팀 미라이를 자신들의 대변자로 인식할지는 불확실하다.

이토 마사아키 세이케이대 교수는 지난 10일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팀 미라이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계층을 어떻게 끌어들일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정책 설계와 디지털 민주주의가 실제 정치적 책임성과 어떻게 결합할지도 과제다. 알고리즘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데이터 접근성이 낮은 계층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욱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특정 집단의 조직적 온라인 활동이 여론을 왜곡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11명의 팀 미라이 후보들. 팀 미라이는 이번 선거에서 14명을 공천했다. 도쿄대·교토대 졸업생이 다수이며 미국 금융 대기업 골드만삭스 출신, AI 엔지니어, 기업 컨설턴트, IT 기업 경영자 등 고학력 전문가가 포진했다. 후보자 평균 연령 39.5세로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유신회와 자민당 출신 국회의원도 포함됐다.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지난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11명의 팀 미라이 후보들. 팀 미라이는 이번 선거에서 14명을 공천했다. 도쿄대·교토대 졸업생이 다수이며 미국 금융 대기업 골드만삭스 출신, AI 엔지니어, 기업 컨설턴트, IT 기업 경영자 등 고학력 전문가가 포진했다. 후보자 평균 연령 39.5세로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유신회와 자민당 출신 국회의원도 포함됐다.출처=팀 미라이 홈페이지

■AI 민주주의의 실험: 정치권 업데이트 가능할까
그럼에도 팀 미라이의 등장은 일본 정치 운영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고 일본 언론들은 말한다. 안노는 "정치와 기술을 결합하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의원 11석은 숫자로 보면 크지 않다. 그러나 AI를 전면에 내건 정당이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정치 운영 방식 자체에 대한 실험이다.


이 실험이 일회성 돌풍에 그칠지, 제도권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치는 업데이트될 수 있는가. 그리고 유권자는 그 업데이트를 신뢰할 것인가.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 대표가 지난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당시 반향을 일으킨 '브로드 리스닝(쌍방향형 커뮤니케이션)' 도식도. '디지털 민주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선거 과정에서 꾸린 자원봉사 조직 '팀 안노'가 AI를 활용한 브로드 리스닝으로 매니페스트를 만들어내 대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선거에서 안노는 무소속으로 15만4638표(2.3%)를 획득했으며 안노와 '팀 안노'는 제19회 매니페스트 대상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출처=안노 다카히로의 노트(NOTE)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 대표가 지난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당시 반향을 일으킨 '브로드 리스닝(쌍방향형 커뮤니케이션)' 도식도. '디지털 민주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선거 과정에서 꾸린 자원봉사 조직 '팀 안노'가 AI를 활용한 브로드 리스닝으로 매니페스트를 만들어내 대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선거에서 안노는 무소속으로 15만4638표(2.3%)를 획득했으며 안노와 '팀 안노'는 제19회 매니페스트 대상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출처=안노 다카히로의 노트(NOTE)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