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으려다 포기했다” 그래서 더 설렌 박정민 멜로
[파이낸셜뉴스] 박찬욱·이준익·류승완·연상호·우민호 등 충무로 스타 감독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지만 배우 박정민은 늘 겸손하다. 때로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전형적인 미남형 배우는 아니지만 최근 몇 달 사이 그는 ‘국민 남친’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가수 화사의 '굿 굿바이' 퍼포먼스 이후 박정민의 눈빛 연기에 빠진 여성들이 많은 덕분이다.
이런 가운데 영화 ‘휴민트’가 지난 11일 개봉했다.
박정민 멜로, 누가 궁금해할까 싶었죠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무대로 남북한 정보원의 서사와 고강도 액션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그리고 조 과장의 정보원이 된 북한 여성 채선화(신세경)가 인신매매 조직에 맞서 각자의 싸움을 벌인다. 박정민은 과거 연인과 재회하며 흔들리는 원리원칙주의자 ‘박건’을 연기했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처음에는 액션영화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지만, 촬영 중반 창가에서 선화가 노래하는 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는 장면을 찍으며 멜로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평소 멜로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까 걱정됐다. '박정민 멜로가 궁금하다’는 말을 들을 때, 내가 할 멜로를 누가 궁금해할까 싶었다"며 "혹시라도 징그러워 보일까 우려했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그토록 사랑한 연인의 손을 단 한 번 잡지 않는다. 오직 행동과 눈빛 만으로 절절한 감정을 전달한다. 이에 대해 그는 "리허설 때 신세경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보려 했지만 어색해 포기했다. 박건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이라 감정보다 임무가 먼저예요. 그런데 선화를 다시 만나면서 평소 신념이 무너지죠. 갈등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처음 겪는 갈등, 그게 박건의 고독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윤발처럼 할 순 없잖아요”
영화광으로 알려진 류 감독은 촬영 전 박정민에게 다양한 참고 영화를 건넸다. 007 시리즈부터 소설가 존 르 카레 원작 영화, 홍콩 누아르까지 폭넓었다.
그는 “‘영웅본색’, ‘첩혈쌍웅’ 같은 영화 속 남자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주윤발은 아니잖냐. 제 얼굴로 주윤발 하면 이상하지 않나 싶어 혼란스러웠다”며 “분위기만 참고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여전히 ‘휴민트’를 멜로 영화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를 구하려는 이야기라고 본다. 촬영 후 감정이 더 짙어져 멜로처럼 보이는 것일 뿐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상대 역 신세경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인상적으로 기억해온 배우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서 시트콤을 보다가 정말 예쁘다고 느낀 순간이 기억난다”며 당시 영화감독을 꿈꾸던 시절에도 강하게 남아 있던 배우였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신세경의 노래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들었을 때 ‘노래를 왜 이렇게 잘하지?’ 싶었고 사투리로 부르는 것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된 영화를 본 뒤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 노래의 감정을 촬영 때 더 알았으면 더 애절하게 연기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민의 솔직하고 과장하지 않는 태도는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박건과 자신이 얼마나 닮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박건은 목숨까지 던질 수 있지만…저는 못 합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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