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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일전은 이 맛!" 한국 컬링, '약속의 8엔드'로 日 격침… 4강 희망 쐈다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6 06:00

수정 2026.02.16 06:00

"참는 자가 이긴다"… 일본 허 찌른 7엔드 '공백의 미학', 승부처 갈랐다
'쾅!' 얼음판 가른 김민지의 샷… 팽팽하던 균형 깬 '약속의 8엔드'
숙적 꺾고 3승 2패, 다시 불타오르는 4강 불씨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라운드로빈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라운드로빈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한일전이다.

하물며 올림픽 4강 티켓이 걸린 외나무다리 승부였다. 그리고 일본은 세계랭킹 5위의 강팀이다.당연히 치열한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

차가운 빙판 위였지만, 그 열기만큼은 용광로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그 뜨거운 승부의 끝에서 웃은 건 대한민국, 바로 우리 대표팀이었다.

스킵 김은지가 이끄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경기도청)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4강 진출을 향한 힘찬 진군을 재개했다.

한국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라운드로빈 5차전에서 일본을 7-5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3승 2패를 기록,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청신호를 화려하게 밝혔다.

경기 초반은 팽팽한 신경전이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한국을 향해 미소 지었다. 2엔드와 3엔드, 후공을 잡은 일본 스킵의 샷이 흔들리는 틈을 타 한국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연속 스틸(선공 팀 득점). 스코어보드에 2-0을 새기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4엔드에 동점을 허용하고, 6엔드까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며 3-3, 숨 막히는 균형이 이어졌다.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라운드로빈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7대5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라운드로빈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7대5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승부처는 7엔드였다. 여기서 한국 벤치의 냉철한 판단이 빛을 발했다. 무리하게 1점을 따내기보다, 차라리 0점을 만들고(블랭크 엔드) 다음 엔드 후공을 유지해 대량 득점을 노리겠다는 전략. 말 그대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그리고 맞이한 8엔드.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필름이 돌아갔다.

'써드' 김민지의 손끝에서 마법이 펼쳐졌다. 일본의 스톤들이 하우스 안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상황. 김민지는 두 차례의 환상적인 '더블 테이크 아웃(스톤 두 개를 쳐내는 기술)'을 성공시키며 일본의 수비벽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일본의 가드가 사라진 하우스는 김은지를 위한 독무대였다. 한국은 이 엔드에서만 무려 3점을 쓸어 담았다. 6-3. 사실상 승부의 추는 여기서 한국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7엔드의 인내가 8엔드의 폭발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9엔드 일본이 2점을 따라붙으며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한국엔 '안경 선배' 김은지가 버티고 있었다. 10엔드 마지막 드로우 샷. 김은지의 손을 떠난 스톤은 팀원들의 힘찬 스위핑을 타고 하우스 정중앙에 안착했다.

7-5. 깔끔한 마무리였다. 덴마크전 패배의 아픔을 씻어내는 완벽한 반전 드라마였다.

이제 한국의 시선은 17일 새벽 3시 5분(한국시간)에 열릴 중국전으로 향한다.
기세는 탔다.

한일전 승리의 에너지를 품은 '팀 킴'에게 두려울 것은 없다.
밀라노의 빙판은 이제 막 한국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