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현, 1000m 이어 500m도 '톱10' 안착
'14위' 김민선, 3번째 올림픽도 아쉬운 '빈손'
'36초49' 펨케 콕 올림픽 신기록... 한국 빙속, 세계와 격차 컸다
'14위' 김민선, 3번째 올림픽도 아쉬운 '빈손'
'36초49' 펨케 콕 올림픽 신기록... 한국 빙속, 세계와 격차 컸다
[파이낸셜뉴스]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고, 격차는 엄연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세계 수준과의 차이를 실감하며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그나마 '차세대 간판' 이나현(한국체대)이 주 종목인 500m에서도 '톱 10'을 지켜내며 4년 뒤를 기약할 수 있게 된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한국 빙속의 현재와 미래인 김민선(의정부시청)과 이나현이 나란히 출격했지만, 시상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것은 역시 '새로운 에이스' 이나현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카야 지오메크-노갈(폴란드)과 함께 출발선에 선 이나현은 첫 100m 구간을 10초 47에 주파했다. 전체 8위에 해당하는 준수한 기록이었다. 첫 곡선 주로까지 매끄럽게 빠져나오며 직선 주로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막판 뒷심이 아쉬웠다.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원심력을 이겨내지 못하며 스피드가 살짝 죽었고, 함께 레이스를 펼친 노갈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37초 86. 최종 순위 10위였다.
비록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첫 올림픽 무대에서 주 종목인 500m와 1000m 모두 '톱 10'에 이름을 올린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를 펼친 점은 4년 뒤 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향한 희망을 밝히기에 충분했다.
반면, 베테랑 김민선의 부진은 뼈아팠다. 10조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선은 첫 100m 구간부터 10초 61(전체 21위)로 처지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장기인 막판 스퍼트로 만회를 노렸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38초 01의 기록으로 14위에 머물렀다. 2018 평창(16위), 2022 베이징(7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었지만, 끝내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은 이번에도 미완으로 남게 됐다. 지난 10일 1000m 18위에 이어 주 종목인 500m에서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날 경기는 세계 빙속계의 높은 수준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우승을 차지한 펨케 콕(네덜란드)은 36초 49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은메달은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 유타 레이르담(네덜란드·37초 15), 동메달은 일본의 다카기 미호(37초 27)가 가져갔다.
결과적으로 한국 빙속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분명한 기량 차이를 확인했다. 냉정하게 말해 '추격자'의 입장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올림픽에서 당당히 세계 10위권에 안착한 이나현의 성장은 한국 빙속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불씨를 남겼다. 이제 과제는 명확해졌다. 이나현이라는 확실한 재목을 어떻게 더 단단하게 키워내느냐, 그리고 세계와의 격차를 어떻게 좁혀나가느냐다.
밀라노의 겨울은 차가웠지만, 이나현이 남긴 가능성만큼은 뜨거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