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침내 정부의 첫 발표가 나왔지만, 유출·피해 규모를 둘러싼 정부와 쿠팡 간 '핑퐁'이 이어지며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23일로 예정된 미 의회 청문회가 관세 25% 인상안을 들고 온 미 행정부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쿠팡과 정부 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3000건 저장'에서 시작된 이견…'조회' 문제로 번져
피해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팡이 "공격자의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된 정보는 3000건"이라고 발표하자 유출 규모를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경찰 등 정부는 유출 규모가 3000만 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에 쿠팡은 "기존 3370만여 개 계정의 유출 규모에 대해서 부정한 적이 없다. 2차 피해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공격자 진술에 근거해 약 3000개 계정만 공격자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돼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설명한 것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재점화됐다. 합조단은 3367만 건의 정보가 유출됐으며 공격자가 1억 4000만 건을 자동 조회했다며 이 모든 게 '유출'이라고 밝혔는데, 쿠팡이 해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저장된 정보는 3000건'이란 기존 주장을 다시 강조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유출자가 공용 현관 출입 코드를 5만 건 조회했지만, 공용 현관 출입 코드가 포함된 정보 규모 자체는 2609건으로 제한적인데 정부 발표에서 이 부분이 누락됐다는 반박과 함께 "공격자의 페이지 조회는 3370여만개 계정에 대한 개별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는 시도의 결과로, 페이지 조회 수가 정보 유출 항목 건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반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주체인 과기부의 배경훈 부총리는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쿠팡이 공격자가 3000건만 유출됐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전체본이 아니고 일부 보고서 내용을 받은 것"이라며 "3367만 건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도 있고 클라우드에 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쿠팡이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부도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확정하는 것은 민관합동조사단의 업무 범위가 아님에도 이를 굳이 강조하는 것은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 위함"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쿠팡 "2차 피해 없다" vs 정부 "법과 원칙"…공방 가열되나
업계에서는 유출·피해 규모에 대한 정부와 쿠팡의 공방이 미 의회 청문회를 앞두고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실제로 정보가 빠져나가 불법적으로 활용되는 '2차 피해'를 중시하는 미국의 법적 정서를 염두에 두고 합조단의 조사 결과대로 "2차 피해는 없다"는 증언을 펼친다면, 정부는 외교적인 마찰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한국의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쿠팡의 주장에 적극 대응하며 정부 조사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미 의회 청문회가 끝나도 쿠팡 사태를 둘러싼 정부와 쿠팡의 공방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 청문회에 이어 개보위 과징금 부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 지정, 지배구조, 불공정거래 등의 위법 여부를 살펴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이 줄줄이 이어져 쿠팡 역시 행정소송 등의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봉합되긴엔 변수가 여전히 많다. 국내외 기업들에 차별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을 미국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모르고, 정부는 이를 쿠팡의 로비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쿠팡과 정부가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원활한 소통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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