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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日종합상사를 사랑한 이유...'0.6%' 제로금리로 '최대주주 등극'까지 [FN 산업연구]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7 08:00

수정 2026.02.19 12:15

"50년간 안 팔아..영원히 보유할 수도"
'투자의 신' 워렌 버핏, 0.6% 円제로금리로
日종합상사 '최대 주주' 등극...年배당 1조 넘어
이자 갚고도 남아...'아베노믹스 역설', '버핏의 승리'
포스트 버핏 시대, 투자 기조 관심 집중
이달 버크셔 신임 CEO 서한 이목 쏠려
日종합상사 사업구조...깊은 굴 여러개 파
韓상사와 시총 10배 이상, 순이익 50배 차
세계적 투자자인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세웨이 워렌 버핏 회장. 버핏 회장(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AP뉴시스
세계적 투자자인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세웨이 워렌 버핏 회장. 버핏 회장(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일본 종합상사 주식은 앞으로 50년간은 팔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은퇴를 앞둔 95세 현역 '투자의 신'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입에서 일본 종합상사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깜짝 발언이 나왔다. 버핏의 후계자로 낙점된 그렉 아벨 부회장은 한 술 더 떠 "50년 혹은, 영원히 보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고경영자(CEO)로서 마지막 주총 무대에 선 버핏 회장이 일본 종합상사와 '50년 동행'을 선언한 것이다.

일본 종합상사를 모델로 삼아 성장사를 써온 한국 종합상사들로선 부러움 어린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일본 투자업계조차 "이렇게까지 말해주다니, 일본 상사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해 말 CEO직에서 공식 은퇴한 버핏의 뒤를 이은 그렉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신임 CEO가 이달 말 연례보고서와 함께 주주들에게 첫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포스트 버핏 시대’에도 50년 동행이라는 투자 기조가 유지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버핏 효과'에 환호해 온 일본의 5대 종합상사들은 행여,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믿음의 증표'를 재확인받고 싶은 눈치다.

일본 도쿄 미쓰비시상사 본사에 로고가 걸려있는 모습. AP뉴시스
일본 도쿄 미쓰비시상사 본사에 로고가 걸려있는 모습. AP뉴시스

버핏, 0.6%제로금리로 '최대 주주 등극'까지
버핏의 투자는 지난 2019년 '저평가주'였던 일본 종합상사를 심연에서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기, 세계 투자 자금을 일본 증시로 이끄는 기폭제 노릇을 했다.

17일 일본 종합상사들에 따르면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지분은 10%(의결권 있는 주식)가 넘는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신탁계좌인 '일본마스터트러스트신탁은행(The Master Trust Bank of Japan)을 제외하고는 양사 모두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대 주주다.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스미토모 지분 역시 10%에 육박하며, 2~3대 주주다.

최근 포브스재팬은 2019년 7월 65억 달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버크셔 해서웨이의 5대 일본 종합상사(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스미토모)에 대한 총 투자액이 138억 달러이며, 보유 주식 가치가 약 380억 달러(약 6조40억 엔)로 불어나 평가이익이 240억 달러(약 3조7920억 엔)라고 보도했다.

일본 이토추상사 본사. 이토추상사 홈페이지 캡처
일본 이토추상사 본사. 이토추상사 홈페이지 캡처

이들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이 0.6% 밖에 되지 않는 초저금리 엔화표시 채권 발행으로 조달됐고, 배당 수익(수익률 4~5%)은 원화환산 시 연간 1조원이 넘는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초 주주서한을 통해 밝힌 5대 종합상사에 대한 연간 예상 배당수입은 8억1200만 달러(약 1280억 엔)다. 엔화채권의 이자비용(2025년 1억3500만 달러, 약 213억 엔)을 내고도 7억 달러 가까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 1000엔권 지폐.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1000엔권 지폐. 로이터 연합뉴스

값싼 엔화를 동원해 수익이 났으며, 이것이 일본증시 상승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의 역설'이었고, '버핏의 승리'였다.

미쓰비시상사의 주가는 버핏이 투자를 시작하기 전인 2019년 6월 주당 900엔대에 머물렀지만 16일 종가는 4928엔으로 5.5배 치솟았다. 이토추상사도 같은 기간 주당 2000엔 수준에서 지난해 말 액면분할 전 9000엔대까지 올라, 약 4.5배 상승곡선을 그렸다. 오카후지 마사히로 이토추상사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버핏 종목 편입 이후, "상사를 보는 세상의 눈이 바뀌었고, 위상도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깊은 굴, 여러개 판다...'평균점 경영'

일본 이토추상사 사업구조
일본 이토추상사 사업구조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 투자에 적극 나선 배경으로는 △일본 종합상사 특유의 안정적 수익구조 △저평가 주식 △일본의 초저금리 등 3가지를 지목할 수 있다.

일본 종합상사는 '자산형 사업구조(수직계열화)'와 '안정적 수익구조(사업 다각화)'를 특징으로 한다. 한국 종합상사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단순 중계 무역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직접 자산을 갖고 사업별로 수직계열화를 추구해 왔다. 이를 테면 '광산 소유→탐사·개발→가공·상품화→운반→유통·판매' 전 과정에 걸쳐, 사업 관여도를 높인 방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삼성물산·LX인터내셔널 등 한국 종합상사들도 2000년대 이후, 이를 벤치마킹해 직접 자원, 식량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아직은 '체급 차이'가 크다. 시총은 10배 이상, 영업이익은 많게는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본 종합상사 2025년 예상 순이익. 각사 전망치. 그래픽/AI 활용
일본 종합상사 2025년 예상 순이익. 각사 전망치. 그래픽/AI 활용

일본 종합상사들의 다른 전략은 '돈 나오는 구멍'을 깊이 팠을 뿐만 아니라, 매우 여러개 팠다는 점이다. 자원, 에너지, 기계, 정보기술(IT), 의류, 의약, 식량, 나아가 편의점 사업까지 사업 영역이 광범위하다. 국제 원자재값 하락으로 자원분야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짠 것이다. 일본 상사업계는 이를 두고 '평균점 경영'이라고 부른다. 한 두 과목에서 '과락'하더라도, 나머지 과목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만회한다는 것이다.

이토추상사 같은 경우에는 섬유, 식량, 정보기술업을 영위할 뿐만 아니라, 일본 2위 편의점체인인 패밀리 마트 대주주다. 미쓰비시상사 역시, 업계 3위인 로손의 대주주다. 현금 흐름이 마르지 않는 구조다.

이런 특성이 버크셔 해서웨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와 쉐브론 등 식품에서 의류, 에너지까지 다양한 영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장해 왔다. 버핏 입장에선, 종합상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버핏 시대에도 동행 지속 여부
버크셔 해서웨이 그렉 아벨 신임 CEO. 로이터 연합뉴스
버크셔 해서웨이 그렉 아벨 신임 CEO. 로이터 연합뉴스
통상 한국의 2025년도 실적치와 같은 일본의 2025년 4월~2026년 3월 이토추 상사의 예상 순이익은 9000억 엔, 미쓰이 물산 8200억 엔, 미쓰비시 상사 7000억 엔, 스미토모 상사 5700억 엔이다. 이토추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전기에 15%를 넘어 일본 기업 평균(9%대)을 웃돌았다. 앞으로도 이익을 확대하면서 ROE 15% 이상을 유지할 방침이다. 15%는 흔히 버핏의 투자 기준선으로 알려진 수치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이달 말 버크셔 해서웨이의 아벨 신임 CEO의 첫 주주서한을 주목하고 있다. '포스트 버핏 시대' 투자 기조를 알리는 첫 메시지라는 점에서다. 일단은, 아벨 CEO가 버핏의 투자 방침을 당분간 계승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일본 종합상사가 안전한 투자처라는 것이다. 종합상사는 각종 자원, 에너지, 식량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한 곳이다.
미중 공급망 갈등, 일본 내 인플레이션 심화 등이 가치를 부각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버핏 효과로 수년 간에 걸쳐 주가가 4~5배 상승한데다, 자원 가격 하락세 등으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력이 약화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다카이치 내각의 경제정책과 그에 따른 엔화 방향성도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