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이사 후보를 고를 때 적용하던 다양성 기준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진보의 가치인 인종,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이 후퇴하는 가운데, 골드만이 월가에서 이 흐름을 앞장서 대변하는 모양새다.
최근 골드만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이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스트 정책이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며 ‘트비어천가’를 부른 가운데 탈 DEI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골드만은 과거 이사 후보를 고를 때 다양성을 주요 요소로 고려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후보의 업무 역량, 배경, 군 복무 경력 등만 고려하기로 했다.
보수주의 단체의 압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미법률정책센터(NLPC)가 골드만에 DEI 철폐를 압박한 것이 배경이다. NLPC는 이런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이 되레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DEI는 백인, 남성에 크게 쏠린 미 사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색인종, 여성 등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른 한쪽에 무게를 더해 가능한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 유권자들의 피로감, 또 DEI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역차별 문제가 부각되고, 미국이 급격하게 우경화하면서 이런 정책들이 폐기되고 있다.
골드만은 이미 지난해 상장 주관을 맡은 고객사들에 요구하던 ‘다양한 이사회 구성’ 조건을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체 이사회 구성 요건에서도 이를 삭제했다.
또 흑인 여성을 지원하던 프로그램에서도 ‘인종’은 삭제하는 등 탈 DEI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DEI 철폐를 주도하고 있다.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가산점을 주는 DEI 프로그램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이라며 기업 조사와 소송으로 압박하고 있다.
행정명령으로 노동부, 법무부 등 연방 부처가 기업 DEI 프로그램을 조사토록 하고 있고, 승진 할당제나 특정 인종 전용 채용 등이 발견되면 시민권법 위반으로 간주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소송을 건다.
또 DEI를 고수하는 기업들의 연방정부 납품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협박도 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이 2023년 소수인종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법적으로 제동을 걸 장치도 없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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