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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3위의 대굴욕"… 구아이링마저 은메달, 中 '노골드' 공포 현실화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8 09:00

수정 2026.02.18 08:58

빅에어 2연패 무산된 구아이링… 깨진 헬멧 투혼에도 1.75점 차 '분루' 쇼트트랙부터 스키까지 '전멸'… 거품 꺼진 중국, 4년 만에 '빈손' 위기 "이러다 0골드 귀국할 판"… 대륙의 마지막 자존심, 하프파이프에 걸렸다

중국의 스키 스타 구아이링.연합뉴스
중국의 스키 스타 구아이링.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4년 전 베이징의 밤은 화려했다. 금메달 9개를 쓸어 담으며 종합 3위에 올랐던 ‘동계 스포츠 강국’ 중국의 위상은 그러나, 2026년 밀라노의 설원 위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폐막이 고작 나흘 남았다. 그런데 아직 중국은 단 1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구아이링(22·중국)이 이번 대회 두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 개인으로서는 값진 성과지만, 애타게 금메달 소식을 기다리던 대륙의 입장에선 뼈아픈 결과다.

구아이링은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총점 179점을 기록, 캐나다의 메건 올덤(180.75점)에 1.75점 차 뒤진 2위에 올랐다.

경기 직전 훈련 도중 헬멧이 깨질 정도로 심하게 머리를 부딪히는 악재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했으나, 2022 베이징 대회 챔피언의 타이틀 방어에는 실패했다. 앞서 슬로프스타일 은메달에 이은 이번 대회 두 번째 준우승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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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구아이링의 은메달로 인해 중국 선수단의 ‘노골드’ 공포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중국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대회 중반을 넘어선 현재까지 중국은 금메달 없이 은메달과 동메달만 수확하며 종합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국과 일본이 금빛 레이스를 펼치고, 동계 스포츠 불모지였던 브라질마저 사상 첫 금메달을 가져가는 동안 중국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단 한 번도 서지 못했다.

믿었던 효자 종목들의 배신이 뼈아팠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쇼트트랙은 혼성 계주 노메달을 시작으로 개인전에서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귀화 선수인 린샤오쥔(임효준)과 류사오앙의 부진, 여기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불거진 '반칙 논란' 등 경기력 외적인 잡음까지 겹치며 선수단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설상 종목인 스노보드마저 베이징 때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침묵했다.

롄쯔원에게 분노를 표시하는 유프 베네마르스(오른쪽).연합뉴스
롄쯔원에게 분노를 표시하는 유프 베네마르스(오른쪽).연합뉴스

결국 모든 부담은 ‘슈퍼스타’ 구아이링의 어깨에 지워졌다. 포브스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여성 선수’이자 14억 인구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그는 이제 단 하나의 기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구아이링은 오는 20일 예선이 시작되는 하프파이프 종목에 출전한다. 지난 베이징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땄던 주종목이다.
만약 이 경기에서마저 우승을 놓친다면, 중국은 직전 올림픽 개최국이자 종합 3위 국가가 바로 다음 대회에서 ‘금메달 0개’라는 전무후무한 굴욕의 역사를 쓰게 된다.

구아이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5번째 올림픽 메달을 따 자랑스럽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 대륙은 웃을 수 없다.
거품이 꺼진 중국 동계 스포츠의 민낯이 드러날지, 아니면 구아이링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낼지 전 세계의 시선이 하프파이프 경기장으로 쏠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