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대통령 관저 등 100m이내 집시 금지
일정 요건 충족할 경우 예외적 허용
학계·시민단체 "집시 자유 위축 우려
李 대통령 개정안 거부권 행사해야"
대통령 관저 등 100m이내 집시 금지
일정 요건 충족할 경우 예외적 허용
학계·시민단체 "집시 자유 위축 우려
李 대통령 개정안 거부권 행사해야"
[파이낸셜뉴스] 청와대 앞 100m 이내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안에 대통령 관저 등 주요 공관 인근 집회를 허용하면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규정 자체가 모호한 탓에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 100m 이내에서 옥외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대통령 관저를 비롯한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공관 인근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옥외 집회와 시위를 열 수 있도록 단서 규정을 신설한 데 있다.
이번 개정은 2022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전면 금지한 현행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행 집시법 제11조 제3호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17년 8월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됐다. 당시 헌재는 "대통령 관저 인근 일대를 광범위하게 집회 금지 장소로 설정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4년 5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기한 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효력을 상실했다.
이런 입법 공백을 보완하고자 집회·시위 제한 규정을 손질했다. 또 헌법상 대통령의 지위·역할을 감안해 대통령 집무실을 옥외 집회 및 시위 금지 장소에 새롭게 포함했다. 지난 1963년 집시법 개정 이후 대통령 집무실이 집회 금지 장소로 추가된 건 처음이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금지 장소에 더해 대통령 집무실까지 포함함으로써 집회·시위의 가능 범위를 지나치게 좁혔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미비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대통령 집무실 경계로부터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큰 만큼 심각한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집회를 허용하도록 한 단서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집회가 신고제임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에 따라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경우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김상은 변호사는 "예외적으로 집회를 허용한다고 규정했지만 그 사유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이를 판단하는 권한은 관할 경찰서가 행사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명확한 기준 없이 제한·금지 통고가 이뤄질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당 구역 내 집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 역시 나온다. 지난해 서울 종로경찰서 관내에 신고된 집회는 5612건으로 이 가운데 청와대 사랑채 주변에 신고된 집회는 124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민변, 참여연대 등 24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집시법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실질적인 '집회 허가제'로 기능할 위험이 크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촉구하는 9장 분량의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개정 집시법이 헌재의 기존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평화적인 응원봉 집회로 내란을 극복한 '빛의 혁명'의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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