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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은 빅픽처 그리는 리더… SK하이닉스 성공은 드라마" [FN 산업연구]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8 18:23

수정 2026.02.18 19:35

[인터뷰] 신간 '슈퍼 모멘텀' 펴낸 유민영 플랫폼9와 3/4 대표
만년 2등서 시장 리더가 되기까지
독함으로 일궈낸 기업의 전투사
SK는 金 캐는 곡괭이 만드는 기업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를 담은 '슈퍼 모멘텀' 공동 저자인 유민영 플랫폼9와 3/4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기자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를 담은 '슈퍼 모멘텀' 공동 저자인 유민영 플랫폼9와 3/4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기자
"최태원은 빅픽처 그리는 리더… SK하이닉스 성공은 드라마" [FN 산업연구]
이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치맥(치킨+맥주) 회동에서 책 한 권을 전달했다. '만년 2등' 기업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리더'로, 절체절명의 경영위기에서 코스피 5000시대를 이끈 견인차로 올라선 SK하이닉스의 성공사와 이 모든 성공의 열쇠를 쥔 최태원 회장과의 인터뷰가 수록된 화제의 신간 'SK하이닉스 언더독 스토리'였다. 책에서는 최 회장이 젠슨 황 CEO를 가리켜 "미래를 보고, 읽고, 쓰는 '빅 픽처 머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칭하는 대목이 나온다.

최 회장을 두 차례에 걸쳐 총 12시간 동안 인터뷰했다는 'SK하이닉스 언더독 스토리' 공동 저자이자 기업 전문 컨설팅펌 플랫폼9와 3/4의 유민영 대표는 그런 최 회장을 가리켜 "한국 경제의 빅 픽처(큰 그림)를 그리는 거의 유일한 기업 리더"라고 불렀다. 미국 산업계의 빅 픽처 머신이 젠슨 황이라면 한국의 빅 픽처 머신은 최태원이라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한국식 호프집 '99치킨'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찬 회동을 하며, SK하이닉스 성공기를 담은 신간 '슈퍼모멘텀'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책에서 황 CEO에 대해 "타이밍을 아는 탁월한 승부사이자, 협상가"라고 칭했다. 황 CEO가 자신의 얘기가 담긴 페이지를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한국식 호프집 '99치킨'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찬 회동을 하며, SK하이닉스 성공기를 담은 신간 '슈퍼모멘텀'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책에서 황 CEO에 대해 "타이밍을 아는 탁월한 승부사이자, 협상가"라고 칭했다. 황 CEO가 자신의 얘기가 담긴 페이지를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SK, 금을 캘 곡괭이 만드는 기업"

유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플랫폼9와 3/4 사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사라는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인공지능(AI) 인프라 회사라는 새로운 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며, 사업 전환에 대한 의지,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의지 역시 매우 강하고 절실했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최 회장에 대해 "SK하이닉스, 나아가 SK그룹의 사업 전환과 시프트에 대해 (총수가) 매우 솔직하고 분명한 답을 갖고 있어서 되레 이쪽에서 놀랄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또한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전체적인 풀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의 만남은 두 번에 걸쳐 총 12시간 정도였으며, SK하이닉스나 SK그룹 임직원 배석 없이 이뤄졌다고 한다.

최 회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AI 시대 SK그룹의 역할에 대해 "'금을 캘 곡괭이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SK그룹이 지난해 10월 말 경주엑스포대공원에 조성된 'K-테크 쇼케이스'에서 HBM4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SK그룹이 지난해 10월 말 경주엑스포대공원에 조성된 'K-테크 쇼케이스'에서 HBM4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이런 비전은 젠슨 황, 샘 올트먼(오픈AI CEO), 앤디 제시(AWS CEO), 사티아 나델라(MS CEO), 웨이저자(TSMC) 등 세계적 기업 리더들과의 연쇄 만남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초 미국 출장 당시에도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브로드컴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잇따라 회동했다. 최 회장은 2017년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전 당시 사내 반대에 부딪혔을 때도 "판을 짜는 게 중요하다. 원하는 판을 짜면 꼴찌는 안 한다"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기업 전투사이자 한 편의 드라마"

유 대표는 SK하이닉스 성공사에 있어 최 회장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12년 인수 직후 당시 SK하이닉스 임원 100명과 1인당 1시간씩 100시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엔지니어 출신 내부 CEO를 기용했다.
무엇보다 피인수기업인 SK하이닉스 특유의 '독함'이라는 기업 문화를 인수기업인 SK에 되레 이식하려 했던 모습,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이 오늘의 화려한 성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엔비디아, TSMC와의 삼각동맹은 HBM 성공의 결정타였다고 분석했다.


유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 CEO 기용,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기술 투자, 총수가 최전선에서 삼각동맹을 구축해낸 점 등이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면서 "SK하이닉스의 성공은 한마디로 도전자였던 기업이 세계 시장의 챔피언에 이르는 '기업 전투사'이자 너무도 훌륭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