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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까지 치솟은 입찰보증금, 조합원에 분담금 부메랑

이종배 기자,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8 18:54

수정 2026.02.18 18:54

재건축 현장 고액 보증금 논란
공사비 2조 넘어가면 1000억은 기본
소수 대형사 정비사업 독식 우려
이자 사업비 포함돼 조합원 부담 가중
업계 "적정 수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2000억까지 치솟은 입찰보증금, 조합원에 분담금 부메랑
최근 압구정·성수 등 초대형 정비사업 현장들이 잇따라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과도한 입찰보증금이 논란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입찰보증금으로 무려 2000억원을 요구했는데 이는 정비사업 역사상 최고치이다. 과도한 보증금은 공정 경쟁을 저해할 뿐더러 조합원들의 분담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 입찰참여 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웬만한 업체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입찰공고를 분석한 결과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은 입찰보증금으로 2000억원을 제시했다.

현금 10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 1000억원 등이다. 압구정3구역 공사비는 5조원 규모로 보증금 역시 '역대 최고치'이다.

보증금 1000억원은 기본이다. 압구정2구역의 경우 입찰보증금으로 '1000억원 전액 현금'조건을 내걸었다. 압구정4구역도 1000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는 조건이다. 성수1지구 역시 같은 조건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이들 단지들의 공통점은 공사비가 2조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한 대형사 임원은 "공사비 2조원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입찰보증금이 '최소 1000억원 이상'이 굳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사비 1조5000억원 규모인 압구정 5구역은 800억원(현금 400억원·증권 400억원)을 제시했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성수4지구는 500억원 전액 현금을 시공사에 요구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첫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목동6단지도 입찰보증금으로 700억원을 제시했다. 총 공사비는 1조2000억원 가량이다. 다른 목동 아파트 단지 역시 입찰보증금이 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행 규정을 보면 정비사업 시행자는 시공사에 입찰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다. 정비사업의 경우 보증금 한도 제한이 없다. 때문에 조합이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설정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현장 설명회 보증금을 금지 시키고,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시공사 입찰보증금의 사업비 전환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킨 바 있다. 반면 입찰보증금에 대해서는 '사적 간의 계약'으로 규제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입찰보증금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우선 소수 대형사 위주의 독식 구조가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10대 건설사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1000억~2000억원을 현금으로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조합원들의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입찰보증금은 시공사 선정이 끝나면 사업비 대여금으로 전환된다. 한 건설사 임원은 "시공사 선정이 끝나면 유이자 대여금으로 바뀌고, 전체 금액에 대한 이자가 사업비에 포함돼 조합원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통상 시공사 선정 이후 착공까지 20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기간 과도한 입찰 보증금 이자를 결국에는 조합원들이 부담하는 셈이다.

시공사가 규정을 위반해 입찰이 취소되는 경우 조합은 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툼이 적지 않은 등 과도한 보증금이 정비사업의 해만 끼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사실 과도한 입찰보증금은 조합 임원들의 고액 월급 및 판공비로 연결된다"며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추고 공정경쟁 도모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