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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뉴스 진단] "지역소멸은 국가소멸… 디지털 원격의료로 지역의료 살려야"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8 19:23

수정 2026.02.18 20:06

농어촌 의료 혁신 모색하는
강대희 아시아원격의료학회 창립회장
서울대 의대 지역의료센터 창립
주민 진료·건강관리 신모델 창출
키오스크로 주민 스스로 장애 판별
의사 없이 치매·당뇨 등 진료 가능
의료 개혁은 의사 수로 달성 안돼
수가제도 개선·건보료 인상 시급
지역 의료공백이 국가적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서울대 의대의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가 강원 평창 등 전국 지자체 5곳에서 시범적으로 벌이고 있는 소외된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 서비스다. 지역의료혁신센터 초대 센터장으로서 이 사업을 신애선 현 센터장과 함께 이끌고 있는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만나 사업 계획을 들어보았다.

강대희 아시아원격의료학회 창립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이 최근 서울 대학로 서울대 의대 연구실에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원격의료 혁신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강대희 아시아원격의료학회 창립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이 최근 서울 대학로 서울대 의대 연구실에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원격의료 혁신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지역소멸은 더 이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소멸로 연결되기에 대학, 지자체,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도해 보려 한다."

지역의료센터의 활동 계획은 2023년 창립 당시 강 교수의 설명에 요약되어 있다.

병원에 가려면 반나절 이상 이동해야 하는 의료 소외지역, 오지의 주민들을 위해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의료·헬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동참해 주민들의 진료와 건강관리를 위한 신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는 평창보건의료원과 새로운 형태의 지역의료혁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다음 달 13일에는 평창의료원에서 포럼을 개최하는데, 주제가 '지역 완결형 지역 의료혁신'이다. 지역에서 완료할 수 있는 진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평창 인구가 약 4만명인데 신장 투석장비가 한 대도 없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이렇게 의료여건이 열악한 곳이 3분의 1이나 된다. 지역 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과 의료자원 부족이다. 평창의료원에도 공중보건의가 8명이 있다. 개인 의원도 여러 곳 있다. 그러나 그 의사들로 안 되는 영역들이 있다. 지역마다 질병 분포가 다른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 5곳의 시범사업을 각각 다르게 하려고 준비 중이다. 지역별로 치매 위주, 근감소 위주, 당뇨 위주로 하는 식이다. 이런 시도는 국가 단위에서 해본 적이 아직 없다."

평창에는 8개 읍면이 있는데 군 안에서도 지역마다 의료 접근성과 의료자원의 사정이 다르다. 영동고속도로와 가까운 대관령·진부·용평·봉평면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남쪽에 있는 방림면과 미탄면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의료시설까지 이동하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원격의료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비대면으로만 진료하는 것은 아니고 대면진료도 병행한다.

■지역의료 문제 해결 돌파구될 것

"기술과 의사가 같이 하는 일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65세 고령층이 40%가 넘는 곳도 많다. 치매를 예로 들면 마을 복지관에 (진단용) 키오스크를 비치해 두고 주민 스스로 조기 인지장애를 판별하게 하려고 한다. 그다음은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를 병행하는 거다.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몇 시간 걸려서 병원에 나와야 하는데, 중하지 않은 증상으로 병원에 오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의사가 원격으로 보고 약 먹고 좀 기다려 보라는 것만 해도 된다. 그런 시스템을 빨리 도입하자는 거다. 그런 지역은 의사를 공급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디지털 헬스·의료 기술을 활용하면 치매뿐만 아니라 심전도 검사, 근육량 검사, 당뇨 검사 등 농어촌 노령층의 많은 질병을 1차 진단할 수 있다. 카카오헬스케어, 시어스테크놀로지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참여한다. 4월에는 의료 오지인 전북 남원 등으로 같은 모델을 확대해서 시행하겠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의 실험적 사업이 성공하면 지역 의료 문제 해결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역공공의대를 신설하고 '필수의료특별법'을 시행함으로써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서울대 의대의 시범사업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큰 영향

"정부가 지역·필수·공공 의료를 강조한다. 사실 필수·공공이 아닌 의료는 없다. 피부과 질환 중에도 치명률이 높은 질병이 있다. 개인 의원도 공공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 코로나19 때 동네 병원이 공공의료의 첨병 역할을 했다. 그래서 지역 의원을 살려야 하는데 지역에서는 의료진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서울대 의대가 지역 의료혁신에 속도를 더 내게 된 데는 디지털 헬스·의료 기술 발전과 더불어 원격의료, 즉 비대면진료의 법제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대면 중심 의료체계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것임은 물론 의료 산업에도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다.

"평창 모델이 성공하면 남원, 포항, 화순, 서귀포 지역에서도 추진하려 한다. 특히 평창과 남원은 핵심 키워드가 디지털이다. 의사 없이도 치매와 당뇨, 근감소 등을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예방의학 전문가인 강 교수는 2021년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 발족된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비대면진료가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강 교수는 원격의료의 개념과 용어의 학문적 정립을 목적으로 한 한국원격의료학회를 창립해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말에는 아시아원격의료학회를 출범시켜 회장으로서 조직을 이끌고 있다. 현재 아시아원격의료학회에는 회장국인 한국과 부회장국인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2030년에는 범위를 더 넓혀 세계원격의료학회를 창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땅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은 원격의료가 발달해 있다. 미국은 전체 진료의 30%가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매년 2~3% 성장한다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3000만건의 비대면진료 기록을 쌓았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더욱이 의료계의 저항이 심하다. 의사 70%가 원격의료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다만 앞선 디지털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강점이다.

"원격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규제 완화, 두번째는 디지털 헬스 기술 발전, 세번째는 의료계의 동의와 협력이다. 아시아원격의료학회는 의료 낙후지역에 기술적 지원을 해주고 한국의 우수한 디지털 헬스기업들의 아시아 진출을 도와주는 것이 목표다.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중동 등지에 이미 많이 진출해 있다."
■강대희 교수 약력 △서울대 의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 한국인 최초 역학조사요원 △서울대 의대 학장 △한국의과대학협회 이사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현) △한국원격의료학회 회장(현) △아시아원격의료학회 창립회장(현)
■강대희 교수 약력 △서울대 의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 한국인 최초 역학조사요원 △서울대 의대 학장 △한국의과대학협회 이사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현) △한국원격의료학회 회장(현) △아시아원격의료학회 창립회장(현)

원격의료로 돌볼 수 없는 응급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분만이나 뇌출혈 등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경북 포항에서 경북소방본부, 포항 3개 종합병원과 한 적이 있다. 119 소방대원들을 교육시켰다. 얼마나 급한 상황인지 카메라로 관찰하고 판단하여 의사와 연결시켜 준다. 우리나라는 소방체계가 잘돼 있다. 그런 경험을 계속 쌓고 있다."

수억원의 보수를 제시해도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 지역에 환자가 없는 것이 큰 이유다. 젊은 의사들의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다. 의사로서의 성취가 있어야 한다. 자녀 교육 문제도 있다. 봉급이 많아 보여도 서울에서도 개업의는 그 정도는 번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개혁을 의사 숫자를 늘리는 걸로 달성할 수는 없다. 의사 숫자를 늘린다고 지역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균형정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1년에 500명 정도 늘려야 한다고 지난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했는데 갑자기 2000명을 늘리겠다고 해서 의료대란을 예상했다. (의대정원 문제 등에 관해) 지난 정부나 현 정부나 소통이 부족하다. 형식적 소통이 아니라 완전히 열어놓고 소통을 해야 한다."
■지역 공공의대 만든다고 해결 안돼

의료개혁의 본질이 무엇일까 물어보았다.

"첫째, 보상체계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근간을 이룬다. 의료행위를 할 때마다 돈을 국가(건강보험)에서 준다. 이게 문제다.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서 CT, MRI 같은 고가 검사행위에 대한 수가는 잘 매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가 검사행위를 많이 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MRI와 CT 검사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의사 입장에서는) 병원을 자주 오게 해야 한다. 항생제 처방도 많고, 수술도 많이 한다. 주요국 가운데 우리 국민의 병원 방문이 제일 많다. 의료비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같은 병이라도 미국에서는 수십배가 들 수 있다. 그러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의료 만족도가 꼴찌다. 이유는 병원 문턱이 낮아서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 거다.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너무 많다. 규제를 해야 한다. 행위별 수가 제도를 바꾸면 병원 방문이 줄 것이다. 비용을 높이고 수요는 줄여야 한다.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의사) 공급은 다음 문제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의대정원 논의는 소용 없다. 심장 수술, 뇌 수술하는 의사들이 그만두고 있다. 압구정동에서 피부미용 의사로 일하려 한다. 생명을 다루는 수술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자가 잘못되면 의사가 다 책임져야 한다. 누가 하겠나. 중요한 것은 국민이 뭘 원하는지 아는 정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정책을 펴는 정부에는 이렇게 말했다.

"소통을 해야 한다. 지역에 공공의대 만든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다.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의사 편드는 게 아니다. 2020년 9월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했다.
나는 제발 그들의 얘기를 진솔하게 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세균 총리와 최대집 의협 회장을 설득했다.
'의사는 환자를 떠나면 존재를 할 수가 없다. 의사는 환자 때문에 존재하는 거다'라고."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