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
엄 검사는 19일 오전 10시께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센트로빌딩에 검은색 코트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엄 검사는 '지난번 조사에서 어떤 내용을 소명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신가현 검사에게 무혐의를 강요한 사실이 없다는 것(문자 메시지)이 객관적인 물증으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내가 그런 강요를 했다고 주장하는 문지석 부장검사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게 명확히 입증됐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엄 검사는 그러면서 "동종 유사 사건을 다룬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무죄 선고된 사건이 있는데, 논리가 부천지청에서 검토한 것과 같다"며 "퇴직금을 리셋하는 경우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기재됐기에 부천지청의 무혐의 결정이 부당한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이미 나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날 엄 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달 9일과 이달 9일에 이은 세 번째 조사다. 특검팀은 수사 기한이 다음달 5일까지인 만큼, 이날 엄 검사를 상대로 '쿠팡 퇴직금 미지급' 의혹의 수사를 불기소 처분한 배경과 당시 사건을 담당한 문 부장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강요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의혹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가 2023년 5월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성격의 금품을 체불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쿠팡CFS는 당시 퇴직금 지급 규정을 '일용직 근로자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한다'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바꿨다. 개정된 규칙에 따라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가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1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퇴직금 산정 기간을 1일부터 다시 계산해야 해 '퇴직금 리셋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월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송치했다. 이후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해 4월 해당 의혹의 수사를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불기소 처분 과정에서 엄 검사와 김동희 당시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 수사팀을 지휘한 문 부장검사의 지적이다.
엄 검사는 이에 대해 "문 부장검사의 일방적인 허위 무고 주장"이라며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겠다 판단하고 무혐의 결정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한편 지난 3일 정종철 쿠팡CFS 현 대표와 엄성환 전 대표, 쿠팡CFS 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면서 기존 검찰의 결정을 뒤집었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4월 쿠팡CFS에서 일용직으로 근로한 기간을 법정 퇴직금 산정 기간에서 일방적으로 제외하기로 결정하는 등 근로자 총 40명에 대한 퇴직금 1억2382만원 상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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