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판단 보류한 '공수처 내란죄 수사 논란'에 대한 답변
■법원, 공수처 수사대상에 내란죄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3시부터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적법하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예외규정 해석에 있어 문맥상 의미 외에 규범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내란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고발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를 보면 내란죄와 중간 행위 없이 연결되므로 구체적 연관이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고 구성요건의 직접성과 관련해 규범적 의미에서 장애가 없으므로 검찰에 수사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수처 역시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선 예외 규정되므로 직접 관련성에서는 검찰 수사개시권에서 본 바와 대로 수사권한이 인정됨에 의문이 없다"며 "계속 관련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일반적 수사기관의 성격을 가진 것을 고려하면 피해자 방어권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에 명시된 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같은 법원의 판단에 '존중의 뜻'을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선고공판 직후 언론 공지를 통해 "(내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 권한과 범위에 대한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고 법적 논쟁이 지속됐지만 공수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관련 법령과 판례 등에 근거에 신중하게 판단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특히 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 과정에서도 법원의 엄정한 심사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어 "설립 취지에 따라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수행해 왔고 내란 사건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우선 가치로 삼아 수사를 진행했다"며 "이번 판단은 개별 사건을 넘어, 공수처의 법적 권한과 수사 권능에 대해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 1년 넘게 지속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 논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 논란은 12·3 비상계엄 직후 공수처와 검찰, 경찰 등이 동시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착수하면서 발생했다. 형사법 등에 내란죄 수사에 대한 우선권이 명시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 법률상 내란죄 직접 수사가 경찰 소관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과 공수처는 수사 개시 대상 범죄 가운데 하나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관련 범죄'로 계엄 사안을 수사할 수 있다고 맞섰다. 공수처장은 이에 공수처법에 근거해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의 이첩 요구권을 다른 수사기관장에게 발동했고,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이에 응하면서 종국에는 공수처가 해당 사건의 수사권을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해당 논란이 다시금 부상한 것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지난해 3월 7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수사의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면서다. 재판부는 당시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최신 연구 동향 등에 부합한다며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형사법의 취지에 따라 내린 결론이다. 재판부는 이어 "만약 이러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한다면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돼 있지 않으며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나 자료도 없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즉 공수처가 위법한 과정을 통해 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검찰의 기소는 위법하므로 공소 기각이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 측은 그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 역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권한이지만, 국회 군대 파견은 내란죄
재판부는 한편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군을 국회에 투입하는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킨 것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라고 볼 수 없지만, (국회에 군을 파견하는 것 등)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 행사다"며 "헌법기관 저지나 마비라면 헌법이 정한 권한행사 명목을 내세워서 이를 할 수 없는 실력행사에 불과하므로 형법상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결론적으로 이 사건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경우 형법 제91조2호의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며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정치인을 체포해서 국회활동을 마비, 국회가 상당기간 기능을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