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날씬해도 '마운자로' 줄선다... 약국 재고 바닥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9 18:25

수정 2026.02.19 19:03

[르포] '성지' 종로3가 일대 약국 가보니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 대기실에 위고비와 마운자로 가격을 안내한 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정상희 기자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 대기실에 위고비와 마운자로 가격을 안내한 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정상희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 마운자로의 체중 감량 효과가 부각되면서 처방을 받으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부 약국에서는 낮은 용량 제품을 구하기 힘든 '품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비만인이나 혈당 장애 등 치료 목적 수요만으론 발생하기 어려운 현실에 약물 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처방 쉽고 가격 저렴해 사람 몰려

19일 의약품 데이터 분석 플랫폼 BRP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운자로 프리필드펜주 2.5㎎과 5.0㎎의 2월 2주차 기준 수급 지수는 '불안'이다. 2월 1주차에 전국 약국에서 1358건의 재입고 신청이 접수됐지만, 실제 발송된 물량은 51건에 그치면서 물량이 부족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마운자로 품귀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 오후, 이른바 '마운자로 성지'로 알려진 종로3가 일대를 찾았다. 종로3가에는 처방을 빠르고 쉽게 해주고, 약 가격이 다른 병원이나 약국보다 수만원씩 싸기 때문에 성지가 된 병원과 약국이 여럿 포진해 있다.

평균체형 많고 대리처방 적발도

평일 낮 시간에도 병원 대기실은 10명이 넘는 대기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자 중에는 평균 체형이거나 그 이하인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대리처방을 받으려다 제지당하고 되돌아가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처방과 함께 판매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마운자로 2.5㎎과 5.0㎎에는 가격이 가려져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저용량 제품은 품절이고, 바로 옆 약국에서는 구할 수 있다"며 "물량을 넉넉하게 받아 놓았는데 이미 다 나갔다"고 말했다. 약국에서는 "현재는 재고가 있지만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이번에 들어온 물량이 끝나면 3월에나 풀릴 것 같다. 추가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5㎎ 동나 고용량 7.5㎎ 받아가

긴 연휴가 끝난 19일 다시 찾은 해당 약국에서는 마운자로 5.0㎎을 구할 수 없었다. 대신 2.5㎎을 세박스씩 담고 있는 여성 2명을 볼 수 있었다. 5.0㎎은 언제 입고되느냐는 물음에 약사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날 종로 일대 약국 대부분은 마운자로 5.0㎎이 품절이었고, 박스 당 가격이 2~3만원씩 비싼 병원 및 약국에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운자로 제조 및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릴리 관계자는 "5.0㎎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시작하고 유지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설 연휴로 인해 글로벌 생산, 출하 일정이 일시적으로 조정되면서 일부 물량이 다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운자로 5.0㎎ 대신 7.5㎎으로 처방받아 왔다', '위고비도 같은 효능이 있으니 이 김에 더 싼 위고비로 갈아타겠다'라는 후기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당뇨치료 목적 벗어난 남용 우려

전문가들은 GLP-1 계열 약물은 비만치료제이기 이전에 당뇨치료제이기 때문에 처방과 증량에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정미 서울김내과 원장은 "마운자로 증량의 기준은 살이 덜 빠져서도 혈당이 잡히지 않아서도 아니다"라며 "가장 작은 2.5㎎ 용량을 맞았을 때 포만감을 느끼고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정도가 5일~7일쯤 지속된다면 용량을 그대로 가고, 이 간격이 짧아질때 증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