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속에 숨긴 '골절 3곳'… 아무도 몰랐던 19일의 사투
뇌진탕 위기 뚫은 마지막 점프… 초인적 투혼으로 일군 '90.25점'
시상대서 절뚝인 18세 소녀… 눈물로 증명한 '금메달의 진짜 무게
뇌진탕 위기 뚫은 마지막 점프… 초인적 투혼으로 일군 '90.25점'
시상대서 절뚝인 18세 소녀… 눈물로 증명한 '금메달의 진짜 무게
[파이낸셜뉴스]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아무도 몰랐던 18세 소녀의 처절한 사투가 숨겨져 있었다.
"3 fractures(골절 3곳)"
19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세화여고)이 자신의 SNS에 올린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단순한 부상이 아니었다. 최가온의 왼쪽 손바닥뼈는 무려 세 군데나 부러져 있었다.
뼈가 세 동강이 난 상태. 숨만 쉬어도 통증이 밀려오는 손으로 보드를 쥐고 거대한 슬로프에 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최가온은 꿈의 무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현지 병원에서 엑스레이로 골절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자, 그는 왼손에 반깁스를 덧댄 채 묵묵히 결전지인 이탈리아 리비뇨로 향했다.
지난 13일 열린 결선 무대. 최가온의 투혼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벼랑 끝 사투였다.
1차 시기 점프 도중 중심을 잃고 빙판에 강하게 머리를 부딪혔다. 충격으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고, 의료진과 들것이 투입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미 부서진 손에 더해진 뇌진탕의 공포. 이어지는 2차 시기마저 착지에 실패하며 메달권은 완전히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 기적이 일어났다. 부서진 뼈의 끔찍한 고통도, 머리를 찧은 트라우마도 18세 소녀의 비상을 막지 못했다. 보드를 쥔 왼손에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내며 완벽한 연기를 펼쳤고, 전광판에는 90.25점이 찍혔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여제' 클로이 김(88.00점)마저 넘어서는 극적인 대역전극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시상대에서 최가온은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다리를 절뚝였다. 당시에는 1차 시기 낙상의 여파로만 보였으나, 사실 그의 온몸은 이미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선 상태였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을 계획이다." 지난 16일 금의환향하며 담담하게 웃어 보였던 최가온. 그 해맑은 미소 뒤에는 뼈가 부러진 고통을 홀로 감내해야 했던 독한 시간이 녹아있었다.
우리는 흔히 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를 환호와 영광으로만 환산한다. 하지만 최가온의 저 금메달은 부서진 뼈 세 조각과 맞바꾼, 문자 그대로 '투혼의 결정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18세 소녀의 기적 같은 핏빛 비행에 전 세계가 다시 한번 숨을 죽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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