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에 쉽게 공감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5억원, 주요 지역은 20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정원과 친구들이 대화를 나눴던 한강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였을 일명 '한강벨트' 아파트는 70억원대를 오간다.
가파른 상승폭을 눈앞에서 지켜본 09학번 정원과 또래 친구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생애최초 부동산을 거래한 무주택자 가운데 30대 비중이 49.3%에 달했다. 생애최초 매수자 두명 중 한명이 30대라는 의미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의 자산을 축적한 뒤 중장년층이 되어 시장에 진입하는 흐름이 비교적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다르다. 30대가 본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전세 시장의 불확실성, 월세 전환 가속, 공급에 대한 의구심, "더 오르기 전에"라는 조급함이 겹쳐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급등한 집값을 투기 수요의 문제로 진단하고,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기조 아래 각종 규제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대출 관리 강화, 세제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규제에 빠르게 적응한다. 대출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6·27 대책'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생애최초 매수자 수는 다시 6월 수준을 회복했다. 아파트 단지별 신고가 랠리도 셀 수 없이 이어졌다. 규제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지금이 아니면 더 늦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동하는 모습이다.
규제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도 제각각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일몰시키면서 오는 5월 10일부터 중과가 재개될 예정인 만큼, 중과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의 매물이 곳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내놨던 전월세 물건을 거둬 매도로 전환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도 예고됐다.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는 오른다는 것이다.
그간 규제가 나올 때마다 수요는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앞당겨 움직였고, 조정 국면은 길지 않았다. 시장이 또 한번 정책의 빈틈을 읽고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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