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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츠 절대 안 놓친다" 정재원, 매스스타트 금빛 대관식만 남았다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0 17:00

수정 2026.02.20 18:55

내일 밤 11시 매스스타트 준결승 시작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이번에는 꼭 金"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이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뉴스1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이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매스스타트의 '절대 간판' 정재원(강원도청)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집어삼킬 거대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갑작스러운 1,500m 출전은 그의 완벽한 '금빛 질주'를 위한 짜릿한 전주곡에 불과했다. 밀라노의 빙판을 수놓을 정재원의 황금빛 피날레가 마침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정재원은 지난 20일 열린 남자 1,500m에 깜짝 출전해 1분 45초 80의 기록으로 14위에 올랐다. 원래 출전권이 없었지만 결원이 생기며 갑작스럽게 기회를 얻은 것이다.

주 종목인 21일 매스스타트를 앞두고 체력 안배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재원의 선택은 달랐다.

무려 2년 만에 국제 대회 1,500m 코스에 섰음에도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미리 실전을 치러보며 올림픽 무대의 긴장감을 풀어내고, 속도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타국 선수들이 매스스타트만 바라보며 몸을 사릴 때, 대한민국의 에이스는 실전이라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영점 조절'을 통해 빙질 파악과 스피드 점검을 모두 끝마친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이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질주하고 있다.뉴스1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이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질주하고 있다.뉴스1

정재원의 시선은 오직 21일 밤 열리는 매스스타트 결승선으로 향해 있다. 여러 선수가 엉켜 달리는 매스스타트는 빙판 위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자 몸싸움이다. 여기서 정재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코너워크' 기술이다.

그는 이미 경쟁자들의 움직임까지 완벽하게 간파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미국의 조던 스톨츠를 겨냥해 "스톨츠가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폭발적인 스퍼트로 치고 나갈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그리고는 "스톨츠를 놓치지 않는다면 분명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 그때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매서운 승부수를 던졌다. 맹수의 사냥처럼, 결정적인 찰나의 순간 판을 뒤집겠다는 빙상 에이스의 치밀한 지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1500m 경기를 마친 정재원.연합뉴스
1500m 경기를 마친 정재원.연합뉴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조던 스톨츠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후 기뻐하고 있다. 조던 스톨츠는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2관왕을 기록했다.뉴스1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조던 스톨츠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후 기뻐하고 있다. 조던 스톨츠는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2관왕을 기록했다.뉴스1

2018 평창 대회에서 이승훈의 금메달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던 17세 소년.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빙속의 미래를 밝혔던 청년. 이제 만 24세가 된 정재원은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꾸준히 메달을 수확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 매스스타트의 에이스라는 사명감으로 메달 욕심을 키우고 있다"는 그의 눈빛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투기가 서려 있다. 목표는 단 하나, 4년 전 아쉽게 한 계단 아래 머물렀던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이다.


대한민국 빙속의 자존심을 건 정재원의 짜릿한 막판 대역전극.

잠시 후 펼쳐질 빙판 위의 체스 게임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자가 될 그의 질주에 전 국민의 심장이 다시 한번 뜨겁게 요동칠 준비를 마쳤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