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 수컷 중 새끼 직접 돌보는 종은 전체의 5%미만
아프리카 줄무늬 쥐의 부성애 조절 '아구티 유전자' 연구
아프리카 줄무늬 쥐의 부성애 조절 '아구티 유전자' 연구
[파이낸셜뉴스] ‘자상한 아빠’인지 아닌지가 뇌 속 특정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일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아프리카 줄무늬 쥐의 부성애를 조절하는 뇌 속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줄무늬 쥐의 털 색깔이나 비만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구티(Agouti)’ 유전자가 부성애의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자연계에서 포유류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경우는 전체의 5% 미만으로 매우 드물다. 하지만 아프리카 줄무늬 쥐는 유독 수컷의 육아 행동에 큰 편차를 보인다.
새끼를 핥아주고 품어주는 헌신적인 아빠가 있는가 하면, 새끼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공격하는 수컷도 있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뇌의 ‘내측 시각전 구역(MPOA)’이라는 부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곳은 부성애가 강한 쥐일수록 활발하게 움직이는 부위다.
연구 결과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수컷의 뇌에서는 아구티 유전자의 발현량이 현저히 낮았다. 반면 새끼를 공격하거나 방치하는 수컷은 아구티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이 유전자 요법으로 자상한 아빠 쥐의 아구티 수치를 강제로 높이자, 순식간에 새끼에게 무관심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돌변했다. 유전자의 수치로 행동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수치를 결정하는 것이 ‘사회적 환경’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컷 쥐를 독방에서 혼자 지내게 하자 아구티 수치가 떨어지며 자상한 아빠로 변했다.
반면 여러 마리를 좁은 공간에서 경쟁하며 지내게 하자 아구티 수치가 치솟으며 육아를 포기했다.
연구팀은 “임신이나 출산을 겪지 않은 총각 쥐라도 뇌 속 환경이 바뀌면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다”며 “아구티 유전자가 뇌에서 육아 행동을 억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동물이 인구 밀도나 먹이 경쟁 같은 외부 환경 정보를 통합해, 자신의 생존에 집중할지 자식 양육에 투자할지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먹이가 부족하고 경쟁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자신부터 살아남아야 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다음 세대에 투자하는 것이 유전자 입장에서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아구티 유전자가 존재하지만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인간의 육아는 훨씬 복잡한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요인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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