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주요 제분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담합 관련 매출액이 5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된 가운데, 제재안에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가격재결정 명령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공정위 사무처는 전날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7개 밀가루 제조·판매사에 송부하고, 같은 날 위원회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기업은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씨제이제일제당, 한탑 등이다.
심사보고서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행위사실과 위법성 판단, 제재 의견 등을 담은 문서다.
심사관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담합 근절 조치의 일환으로 2025년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약 4개월 반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통상 담합 사건 처리에 30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절차가 진행된 셈이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국내 밀가루 B2B(기업 간 거래) 판매시장에서 가격 인상 폭과 시기, 공급 물량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반복한 것으로 판단됐다. 해당 시장은 대형 수요처와의 직거래는 물론, 중소형 수요처에 대한 대리점 간접거래까지 포함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7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 기준 88%에 달한다. 이번 담합 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심사관은 이 같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 담합) 및 제3호(물량 배분 담합)를 위반한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시정조치에는 경쟁 질서 회복을 위한 가격 재결정 명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위원회는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특히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서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사건에도 적극적인 경쟁 회복 조치로서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했다”고 말했다.
피심인들은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등을 통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사안이 민생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법정 절차에 따른 방어권 보장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유 조사관리관은 “민생에 피해를 주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법 집행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향후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관심도를 고려해 공익적 측면에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심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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