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생리대 비싸다" 대통령 한마디에..할인경쟁 속내는 [이슈분석]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2 09:01

수정 2026.02.22 09:01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생필품 판매대에 생리대 상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생필품 판매대에 생리대 상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생리대가 비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유통업계 전반에서 생리대 할인 행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 등 주요 채널에서 최대 40~70%에 이르는 할인 프로모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정책 메시지에 대한 '즉각적 반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대통령 발언 직후 일부 생리대 상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가장 먼저 할인전에 나섰다.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는 이달 1일부터 생리대 전문 PB 브랜드 '루나미' 가격을 최대 29%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오는 25일까지 50여종의 생리대를 균일가로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이달 말까지 생필품 초특가 행사를 통해 생리대를 최대 73%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할인 확산이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측면이 크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 없었다면 제조사가 이처럼 대대적인 할인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생리대는 제조사가 가격과 조건을 정해 유통에 공급하는 구조여서, 이번 흐름 역시 제조사의 선제적 대응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할인 폭이 커진 데에는 판촉 비용 구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생리대는 제조사와 유통사가 행사 비용을 절반가량씩 나누는 구조지만, 이번처럼 정책 메시지가 분명한 상황에서는 유통사도 비용 부담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쿠팡은 이번 할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100% 자체 부담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으로만 보기는 어렵고, 정책 방향에 발맞춰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생리대는 선택재가 아닌 필수 소비재로 가격에 대한 체감도가 높은 품목이다. 과거에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격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대표적인 '상징 품목'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공개 발언이 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이 납품가를 쥐고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독자적으로 가격을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제조사도 일정 부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가격 인하 흐름이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생리대가 통상 6~8주 간격으로 1+1 행사 등이 반복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정상가만을 기준으로 가격을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가격이나 연평균 단가 기준으로 봐야 실제 소비자 체감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