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동남아 사기 조직 최소 30만명, 연 수익 93조원 추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0 20:17

수정 2026.02.20 20:17

유엔 인권 단체, 동남아 사기 피해 보고서 발행
동남아 전역의 사기 범죄 연루자 최소 30만명
연 수익 약 93조원, 74%가 메콩강 유역 집중
지난 10일 캄보디아 캄폿주에서 현지 경찰이 조직적인 사기 단지를 수색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캄보디아 캄폿주에서 현지 경찰이 조직적인 사기 단지를 수색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각종 사기를 저지르는 동남아시아 범죄조직의 규모가 최소 30만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범죄수익만 연간 약 93조원에 달한다.

유엔 산하 인권 조직인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발생한 사기 피해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21∼2025년에 발생한 피해 사례를 담고 있다. OHCHR는 이번 문서에서 동남아 전역의 조직적인 사기 범죄 연루자가 최소 30만명이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최소 66개국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수치는 사기를 주도한 범죄자와 감금된 상태에서 강제로 사기 행위를 강요받은 피해자 등을 합한 숫자다. OHCHR는 위성사진과 현장 보고서 등을 종합해 현재 확인된 사기 조직의 74%가 메콩강 유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전화나 온라인 등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국가의 국민들에게 가짜 도박 사이트, 가상자산 투자 사기, 사칭, 금융 범죄, 로맨스 스캠 등 다양한 사기를 저질렀다. 동남아 사기 조직들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범죄수익은 연간 640억달러(약 92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사기로 얻은 돈을 주로 가상자산을 이용해 세탁한다고 알려졌다.

OHCHR는 사기 조직에 연루된 사람의 약 75%가 친구나 가족, 지인을 통해 조직에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기 조직에 인신매매 등으로 원치 않게 끌려간 사람 중 생존자의 79%는 납치되기 전까지 사기 단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사기 조직에서 탈출한 사람 중 68%는 급여 때문에 사기 조직이 제안한 일자리를 수락했고, 47%는 당시 실직 상태였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사기 조직에 억류되었다가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생존자들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시설 등에 감금되어 하루에 최대 19시간까지 강제로 일을 해야 했다.

스리랑카 출신의 한 생존자는 월간 사기 범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소위 '물감옥'으로 불리는 물 컨테이너에 수 시간 동안 갇히는 처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다른 생존자는 가해자들이 다른 이들을 학대하는 장면을 일부러 보도록 하거나, 직접 폭력행위 등에 가담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복종을 강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도 다른 피해자를 구타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사기 조직들은 생존자 가족들에게 3000달러(약 435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까지 몸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이런 피해 사례들에 대해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프다"며 각국 정부가 "부패에 맞서 배후 범죄조직을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