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해당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가 법적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심리 대상이 된 관세는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를 전제로 발동되는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관세 부과의 핵심 법적 근거로 활용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의 어떤 판단이 나오더라도 관세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행정부는 다음 날부터 다시 관세를 세우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적해온 구조적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낙관하면서도,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여러 선택지”가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가 IEEPA 외 대안으로 언급한 법적 근거는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 등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대중(對中) 관세의 근거였던 301조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232조가 대표적인 대체 수단으로 거론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IEEPA와 달리 다른 법안들은 절차적 제약이 커 관세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제라드 베이커 월스트리트저널(WSJ) 수석 칼럼니스트는 “다른 법안은 부과 대상, 사유, 기간에 대한 제한이 훨씬 강하다”며 “정치적 목적의 포괄적 관세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는 활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차별적 무역 관행이나 협정 위반이 입증될 경우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그러나 USTR의 공식 조사와 협의 절차가 필요해 통상 9~12개월이 소요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을 근거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상무부의 공식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조사 개시 이후 상무장관은 최대 270일 이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단순한 수입 증가만으로는 발동이 어렵고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입증이 요구된다.
해당 조항은 특정 국가 전체가 아닌 철강·알루미늄 등 개별 산업 부문을 겨냥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 관세 정책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법 201조 역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와 공청회,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조사 보고까지 최대 180일이 소요되며 산업 단위 피해 입증이 필요해 광범위한 관세 도입 수단으로는 제약이 크다. 관세 부과 기간도 기본 4년, 최대 8년으로 제한되며 일정 주기에 따라 단계적 인하가 요구된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 조치 성격이 강하다. 대통령이 신속히 발동할 수 있지만 관세율은 최대 15%, 기간은 150일로 제한되며 장기 유지 시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실제로 사용된 전례도 없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