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트럼프, 상호관세 대신 '반도체·의약품·車' 품목별 관세 조준 주시해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1 18:03

수정 2026.02.21 20:45

美연방대법원, 국제긴급경제권한법 근거 상호관세 "위법"
상호관세 무효화...트럼프 대통령, 슈퍼 301조 발동 시사
'품목별 관세'는 유효..."광범위하게 대상 넓힐 가능성"
자동차 15%, 철강 50%부과...반도체, 의약품 주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을 종료하는 대규모 패키지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을 종료하는 대규모 패키지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상호관세를 대신해, 반도체·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에 대한 압박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국내 산업계 및 통상 전문가들은 2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호관세(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근거)를 대신해, 일명 '슈퍼 301조'로 일컬어지는 미국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보복성 관세 부과를 비롯해 법적으로 권한이 열린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5%에서 15%로 품목별 관세율이 인하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을 필두로, 아직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반도체, 의약품 분야가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호관세 대신해 품목별 관세 조준 가능성"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사진=조은효 기자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사진=조은효 기자

FTA 교섭대표를 지낸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는 본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대신해, 자동차, 철강 등 기존 품목별 관세 외에 반도체, 의약품 등으로 품목관세 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전 대사는 "이들 품목에 대한 대미투자 확대 압박 역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여전히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부분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삼은 상호관세이나, 이 외 품목별 관세나 슈퍼 301조에 근거한 관세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 대사는 이런 이유로 "상호관세 자체는 무효화됐으나, 한국과 일본 등 각국이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제시한 거액의 대미투자 약속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미국 무역법상 122조 긴급조치에 근거해 일괄 10% 관세 부과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공표했다. 해당 조치가 150일 이상 초과할 수 없다곤 하나, 122조 발동과 동시에 슈퍼 301조에 근거한 무역 불공정행위 조사도 함께 예고하고 있어, 국가별 관세율이 '10%+α'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한국의 경우 15% 상호관세가 (150일간) 10%가 됐다는 점에서 일견 기업 부담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 확대, 무역법 301조 관세 등 다양한 수단을 혼용하는 방식으로 국가별로 타깃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유럽연합(EU)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 업종이 대표적 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도 "상호관세에 대한 법적판단은 마무리되었지만 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관세 환급 소송 고민...대미투자 약속 무르기도 어려워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기업들 입장에선 지난 1년간 납부한 상호관세 환급 역시 관심사이나, 이 역시, 미국시장 및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전면에 서서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상호관세 부과로 거둬들인 수입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1335억 달러(약 193조원)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수조 달러"를 돌려줘야 한다면서 "완전 엉망이 될 것이며 지불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함에 따라, 미국 현지 수입업체들의 관세 환급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코스트코 홀세일,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 타이어 업체 '굿이어 타이어 앤드 러버', 리복, 푸마 등 1000여개 기업들이 소를 제기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 현지 법인 정도 뿐이다.
미국 정부와 관계를 고려해, 주요 기업들의 경우 소송 전면에 서기를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칫,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관세 환급 소송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시장, 미국 정부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