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대규모 관세를 무효화했지만 관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무역법과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물리는 ‘글로벌 관세’를 도입했고, 하루 뒤인 21일에는 보란 듯이 이를 15%로 전격 인상했다.
글로벌 관세율을 하루 만에 15%로 전격 인상한 것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밤 트럼프가 의회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SOTU))’에서 대대적인 관세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자의적 관세 남발 의지와 시간 벌기
당초 시장에서는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트럼프의 자의적인 관세 남발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는 무효화된 IEEPA에 근거한 관세 대신 1974년 무역법 제122조를 꺼내들었다. 국제수지(BoP) 위기 시 대통령이 최대 150일간, 최대 15%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21일 15%로 인상한 것은 가능한 많은 관세를 걷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122조를 근거로 한 15% 관세는 150일 이후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그러나 이를 우회하기로 작심한 듯 보인다.
일단 15% 글로벌 관세를 적용해 시간을 벌고, 그 사이 국가 안보 목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232조(무역확장법), 불공정 무역에 대한 대응으로 동원이 가능한 301조(무역법)를 통해 영구적인 관세를 도입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회 승인 없이 자의적으로 관세를 매길 수 있다.
불확실성 증폭
시장은 대법원 판결로 안도했다. 자의적 관세 정국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관세 부담을 던 미 경제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둔화되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탄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올해에는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이 담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실행되면서 경제 성장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잇단 대응으로 이런 기대가 희석되고 있다.
하루 만에 관세율을 5%p 인상하는 식의 결정은 기업의 수입 원가 계산, 공급망 전략 수립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법원 판결 뒤에도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자의적인 관세권 남발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삐 풀린 관세정국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
관세 환급금
IEEPA에 근거해 냈던 관세를 기업들이 되돌려 받는 절차도 불확실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법원은 이 관세를 무효라고 판결하면서도 환급금 문제는 빼먹었다.
트럼프는 관세를 곧장 돌려받으려면 개별적으로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후 새로운 관세를 도입해 환급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새 관세로 환급금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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