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일괄 부과하기로 했던 10%의 기본 관세율을 불과 하루 만에 15%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최근 협력적 무역 합의를 통해 사실상 15%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해온 상황을 반영해, 글로벌 기본 관세율을 이에 맞추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국가별 관세 격차가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 부담을 지던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미국 시장 내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EEPA 무효화…122조로 긴급 전환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전날 발표한 10%에서 1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즉시 효력을 발휘해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미국을 '착취'해 온 많은 국가들에 대해 전 세계 관세(Worldwide Tariff) 10%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몇 달 안에 트럼프 행정부는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을 계속 이어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를 전제로 발동되는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관세 부과의 핵심 법적 근거로 활용해왔다.
대법원이 제동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법 122조는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해 유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발동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다만 조사 기간이 통상 9개월에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301조 조사가 5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무역법 122조로 한시적으로 복원한 관세를 301조로 전환해 국가별로 차등 적용하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관세 15%…국가별 희비
무역법 122조는 국가별 또는 품목별로 관세를 조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제품에 15%의 관세가 일괄 적용된다. 다만 무역법 232조에 따라 부과된 철강, 알루미늄 등 국가안보 관련 품목 관세는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 일본, EU 등 미국의 주요 무역국이자 우방국들은 기존 15% 관세 수준과 동일해졌다.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은 오히려 관세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게 됐다.
예를 들어 미국은 보편관세 10%와 펜타닐 대응 관세 10%를 합쳐 중국산 제품에 총 20%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번 조치로 일괄 15%가 적용될 경우 중국산 제품의 관세 부담은 낮아진다.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관세 인하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해 협정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무관세가 적용된다. 다만 협정 대상이 아닌 제품에는 각각 25%, 35%의 관세가 부과돼 왔다.
브라질산 제품도 기존 50%에서 15%로 낮아지고, 인도 역시 기존 18%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영국과 호주는 상황이 다르다. 양국은 미국과 10% 관세 수준에서 합의했으나, 이번 글로벌 15% 적용으로 관세가 오히려 인상되는 결과를 맞게 됐다.
다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22조 관세보다 높은 관세 수준으로 합의한 국가는 해당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15% 이상 수준으로 합의한 국가는 별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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