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다른 통상압박 카드 꺼내
불확실성 커 신중한 외교해법 필요
불확실성 커 신중한 외교해법 필요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행정부의 권한 행사 범위에 대해 사법부가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해당 법을 근거로 시행된 상호관세 조치는 법적 정당성을 잃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세계 각국에 10%의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세율을 더한 상호관세를 부과해왔다. 이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과 제조업 부흥을 도모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 교역환경을 짓눌러 온 관세 리스크가 곧바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의 임시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하루 뒤에는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임시관세 부과 기간 중 별도의 조사를 거쳐 추가 관세를 매길 가능성도 열어뒀다.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 관세법 338조 등 다른 법적 수단도 거론했다. 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통상압박 카드들을 동원해 고율관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은 15% 수준이다. 지난해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대규모 대미투자를 조건으로 당초 25%에서 낮춘 결과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는 효력을 잃었지만 이를 대체하는 임시관세가 같은 수준으로 부과되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에는 실질적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법적 근거는 달라졌을지라도 통상 압박의 강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위법 판단이 내려졌다고 해서 이미 납부한 관세가 자동으로 환급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시간과 비용, 외교적 부담을 고려하면 현실적 장벽이 높다. 미 대법원 역시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외교적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국의 자동차와 반도체에 적용되는 관세는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일본과 유럽연합 국가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재협상 시도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소지도 있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은 안보현안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통상조건을 조정하는 과정이 핵잠수함 도입이나 원자력협력 등 전략적 협의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과 안보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국면에서 정부는 조급함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미국과 주요국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다양한 법적·외교적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한 대외상황을 단순히 회피해야 할 위험으로만 보지 말고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경쟁력 제고의 계기로 삼는 전략적 태도도 요구된다. 냉정한 판단과 대응책이 있어야 현 상황을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환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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