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한병찬 기자 =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임대사업자대출이 무려 '10조 원'이 넘고,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2주택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도 36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관행적 대출 만기 연장'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며 금융당국이 '만기 연장 개선방안'을 준비 중인데, 당장 대출 연장이 원천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수십조 원의 대출 연장이 중단될 수 있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으로 세입자의 주거 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일정 기간을 두고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은행권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 15.4조…다주택자 주담대 36.4조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거용 임대사업자(개인+법인 포함) 기업대출 잔액은 약 15조 4000억 원이다.
임대사업자대출의 경우 자금 흐름에 큰 문제가 없다면 1년마다 관행적으로 대출이 연장돼 왔다. 이에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또한 전체 잔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과 별개로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36조 46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주담대 잔액 610조 5049억 원의 약 6.0%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대출의 '관행적 대출 연장'을 지적했는데, 추후 강화될 규제 사정권에 들어온 대출 규모가 약 52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현재 다주택자 대출 규제는 매우 엄격하다"며 "양도소득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주었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그들에게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할까요"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가 주거용 아닌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만기 연장 시 'LTV 0%'‥임대사업자 RTI·LTV도 강화
현재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대출 규제는 크게 담보인정비율(LTV)과 이자상환비율(RTI)로 구성된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LTV 규제의 경우 지난해 6.27·9.7·10.15 등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지역·수도권의 경우 현재는 '0%'가 적용된다. 대출 자체를 막아놓은 것이다.
이 중 임대사업자의 경우 2020년 7월 이전엔 20~50%,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진 규제지역의 경우 LTV 30%로 시기마다 차이가 있었다. LTV 규제와 더불어 RTI 규제도 받고 있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임대 수입으로 이자 상환이 충분한지 판단하는 장치다. 현재 RTI 규제는 규제지역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규제지역에서 연간 이자 비용이 1000만 원이면, 최소 1500만 원 이상의 임대소득이 있어야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우선 기취급 대출도 만기 연장 시 'LTV 0%'를 적용할 뿐만 아니라 RTI를 만기 연장 시점에 재산정해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규제지역·수도권에 우선 한정해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단, 다주택자의 경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 예정인 다주택자 주담대 규모는 약 500억 원에 불과하다. 주로 5년 주기형·혼합형 주담대가 대부분으로 최장 만기가 30년 이상이기 때문이다.
총규제 대상 52조 원보다 커져…상호금융권 등 2금융 '뇌관'
5대 은행을 제외한 은행과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잔액을 합하면 이보다 규모가 훨씬 커질 전망이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임대사업자대출 규모가 '뇌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은행권 대비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출 심사 및 연장 관행으로, 현재 임대사업자대출 자료 취합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의 경우 아직 잘 모르는 폭탄과도 같다"라고 전했다. 중앙회가 각 금고·조합 등에서 잔액 규모를 모두 취합해야 하는데,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23일까지 전 금융권에 대한 다주택자·임대사업자대출 자료 취합을 요구한 상태로, 이를 바탕으로 오는 24일 3차 회의에 나선다.
3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잡고, 곧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포함할 예정이다. 당초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26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시일이 촉박해 다음 주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며 "취합 여부에 따라 발표가 소폭 늦춰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과거 대출에 신규 대출 적용 시 '부작용' 지적도
기존 대출이 새롭게 규제 사정권으로 들어옴에 따라, 대규모 대출 미상환 여파로 인한 부작용 우려 또한 제기된다.
이런 지적을 반영한 듯 금융당국은 세입자의 주거 불안정을 감안해, 차주가 일정 기간을 두고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퇴로 또한 열어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도 "일거에 대출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충격이 너무 크다면 1년 내 50%, 2년 대 100% 해소처럼 최소한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겠지요"라고 한 바 있다.
아울러 급격한 레버리지 감소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거주 목적의 '초장기 고정금리' 활성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최장 50년 만기의 정책대출 외에, 민간 은행에서도 최장 30년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권 일각에선 이미 내준 대출을 '신규 대출'로 인지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의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모범규준 및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 기준상, '기취급여신의 연기 및 대환'에 대해 현재 규제 비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출에 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전례가 없을뿐더러, 규제 충돌로 인한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27, 9.7, 10.15 등 여러 대출 규제 당시에도 과거 대출 건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예외'를 허용한 배경이다. '금리 또는 만기 조건만 변경되는 재약정·자행 대환 시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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