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원이 H지수 폭락 조장했나...1.4조 ELS 과징금 부당"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3 15:33

수정 2026.02.23 15:30

금융노조, 금융위 앞 결의대회 과거 10년 지수 내역 안내해 "20년 내역 말 안한 것이 잘못?" 과징금 산정 기준 다시 세워야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 자리한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도없는 ELS 과징금, 금융위는 기준없는 정책 책임져라'를 주제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김용환 위원장(앞줄 왼쪽부터), SC제일은행지부 문성찬 위원장,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 등이 팔뚝질을 하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 자리한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도없는 ELS 과징금, 금융위는 기준없는 정책 책임져라'를 주제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김용환 위원장(앞줄 왼쪽부터), SC제일은행지부 문성찬 위원장,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 등이 팔뚝질을 하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 자리한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도없는 ELS 과징금, 금융위는 기준없는 정책 책임져라'를 주제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 자리한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도없는 ELS 과징금, 금융위는 기준없는 정책 책임져라'를 주제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 사진=박문수 기자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 사진=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금융노조가 금융당국을 향해 대규모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부과는 금융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형평성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앞서 ELS 투자자 일부에게 이뤄진 자율 배상에 1006억원을 썼는데 추가로 1000억원대 과징금까지 낼 경우 연간 순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된다.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이 한국에서의 영업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예상되는 신한은행의 노조 역시 은행원이 H지수의 폭락을 조장한 것도 아닌데 대규모 과징금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 자리한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도없는 ELS 과징금, 금융위는 기준없는 정책 책임져라'를 주제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에 묻겠다. ELS 과징금에는 정당한 기준이 있나. 산업안전 분야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공정거래 분야도 위반 유형과 매출 규모에 따라 법적 상한을 두고 있다"면서 "왜 금소법만 판매 금액의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인가. 형평성에 맞나"고 따져 물었다. 윤 위원장은 "단지 과징금을 깎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과징금 기준이 명확히 바로 서야 다음에 있을 금융 상품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저희도 대비를 하고 모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국회 정무위 소속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지난해 9월부터 국정감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 등에서 ELS 과징금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면서 "금융위가 과징금을 (2조원대에서) 1조4000억으로 낮췄다. 왜 낮춘 것인지 이유가 분명해야 된다. 그냥 재량에 따라서 뭐 좀 시끄럽게 구니까 좀 낮춰줬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장식 의원은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금융 산업 생태계와 금융 소비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금융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된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ELS 사태는) 옵티머스나 뭐 이런 사모펀드랑 똑같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과징금 산정 기준이 애매한 지점이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은 "(과징금 산정이) 금융업계 안에서도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금융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규가 명문의 규정이 좀 이상하다 해석이 좀 어렵다 싶으면 국회에 와서 법령의 기준을 정확하게 마련해 달라라고 얘기를 하라고 금융당국에 여러차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KB국민은행이 (과징금) 액수 자체로 보면 가장 크지만, SC제일은행의 경우 지금 노동자들이 얼마나 애간장이 끓는가"라며 "이러다가 글로벌에서 한국에서 소매 (영업) 안 한다라고 결정하면 그때부터 닥칠 금융 생태계의 영향과 SC제일은행 노동자들의 삶은 누가 도대체 책임질 거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질문에 떳떳하게 금감원이, 증선위가, 금융위가 답할 수 있냐"면서 "금융 노동자의 고용 안정, 금융 소비자의 권리 그리고 금융의 공공성 이 세 가지 기둥을 중심으로 의정 활동을 펼쳐왔다. ELS 과징금에 대해 증선위와 금융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 세 원칙을 지킬 수 있는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문성찬 위원장은 "SC제일은행 직원들은 지금 H지수 ELS 과징금으로 인해 고용과 일터의 존속에 대한 불안을 느끼며 떨고 있다"면서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의 판단에 국내 사업의 지속 유무가 결정되는 구조에 속에서 당기 순이익 규모가 타행 대비해 상대적으로 작은데도 이를 상회하는 막대한 과징금이 매겨졌다. 과징금은 일터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칼날이 되고 있다"고 소리쳤다. 그는 "이 칼날은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을 향할 것"이라며 "실적 악화, 불합리한 규제 환경 등을 이유로 임금 삭감, 구조조정, 인력 감축이라는 이름으로 피해가 전가될 위험성을 금융 당국 또한 엄중히 바라봐달라"고 했다.

문성찬 위원장은 또 "금융당국이 금융 노동자들을 정말 악마화하고 있다"면서 "금융 노동자 전체가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몰아가고 있다. 소비자 본인이 원해서 (ELS를 구매하러) 왔을 수도 있고, 은행원들의 설명을 듣고 상품을 가입할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인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가입을 했는데도 획일적으로 판매자 모두가 불완전 판매를 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김용환 위원장도 투쟁사에서 대규모 ELS 과징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용환 위원장은 "지난 2021년에 H지수가 갑자기 폭락을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 사태가 일어났을까"라며 "금융 소비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화근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확히 얘기하면 금융 소비자들이 상품 가입을 해서 만약에 수익이 나서 '나는 ELS 덕분에 돈 많이 벌었다'라고 아무런 문제 제기를 안 했더라면 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그러면 홍콩 H지수 폭락이 은행원들 책임인가, 금융회사와 은행들의 책임인가라는 재밌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희들의 책임이 아니지 않나. H지수 폭락을 저희가 어떻게 조장했나"라고 덧붙였다.

김용환 위원장은 "금융당국은 지수가 폭락할 수도 있고 또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충분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논리인데 어떤 설명을 도대체 무엇을 안 했느냐"면서 "과거 20년 치의 백데이터를 안내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2008년 금융위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은행원과 은행들이 우려해서 최근 10년 치만 안내를 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말이나 되냐"면서 "은행에서 상품을 잘못 팔았다는데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들여다보니까 과거 10년 동안은 큰 문제가 없었다고 안내한 게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잘못을 했다고 치더라도 금융 소비자들한테 자율 배상을 하게 되면 정상 참작을 해주겠다고 한 게 금융 당국의 논리"였다며 "자발적으로 나서서 피해자들과 금융 소비자들한테 96%가 넘는 거의 100%에 가까운 완벽한 자율 배상과 합의를 끌어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늘 25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징금을 사실상 결정한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이 기존안 대비 과징금 규모를 약 20% 감경한 안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증권선물위원회 논의를 거쳐 통과한 안은 다음달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관례상 증선위를 통과한 안건이 정례회의에서 바뀌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은행권은 불완전 판매의 피해자 90%가 합의를 거쳤다는 점을 내세워 추가 과징금 감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 규모가 큰 은행의 노조 역시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과징금 규모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 노사가 한목소리로 과징금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배경에는 추가 충당금 적립 문제가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과징금 규모가 기존안 대비 30% 정도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충당금을 적립했다. 만약 금감원 제재심을 통과한 안 그대로 증선위가 과징금을 결정할 경우 은행들은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각 은행 노사는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충당금 규모는 노조 조합원의 성과급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