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법에 근거해 움직여야"
조희대 대법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에 대해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고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사법개혁 3법'을 이르면 오는 24일 처리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법개혁 3법에 대해서 법사위에서 통과한 안대로 중론을 모아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법안 내용은) 당정청 조율을 다 거친 내용"이라고 말했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 등이 특정인에게 유·불리하게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개정안이다. 재판소원제의 다른 말인 '4심제'는, 대법원 상고심 등에서 확정된 법원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거나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을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이는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금 판단하게 되므로 사실상 '4심제'로 불린다. 마지막으로 대법관 증원은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으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담겼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사법개혁 3법의 수정을 검토해왔다. 재판소원의 경우 헌법이 정한 3심제에 반할 소지가 있고, 법왜곡죄의 경우 '왜곡'의 기준이 모호해 헌법이 규정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의총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개정 법률안의 위헌 우려를 지적했지만, 강경파들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등을 이유로 개정 법률안들의 강행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 감정' 등 민의와 반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사법개혁 3법을 둘러싸고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부와 달리, 사법부의 경우 법이란 제도에 의해 움직이며 사회 안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사법개혁 3법이 이같은 사법부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법왜곡죄의 경우 판사 개인을 대상으로 수사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한데, 이러면 판사는 여론에 좌우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며 "판사는 정치권력, 자본권력에 굴하지 않으며 양심에 따라 법대로 판단해야하는데, 이 같은 최후의 보루를 없애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4심제'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법원의 경우 사법부로서 2심과 1심 등 사실심 법원들이 대법원을 지지하는 구조를 지닌다. 이 때문에 만약 대법관들이 정치권 등의 외압을 받더라도 이에 저항할 '힘'이 있지만, 헌법재판소 한 곳에 의지하는 헌법재판관들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골자다.
한 수도권 대학교의 법학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이 재판의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구조다"라며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 외압을 행사하려고 할 때 재판관 9명이서 이를 모두 막아야 하는 형국인데, 현실적으로 힘든 싸움이다"고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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