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시장 보호 '301조' 압박
대미수출 주력 산업 리스크 확대
공급망 변경 등 요구땐 경영 부담
김정관 "美와 우호적 협의 지속"
대미수출 주력 산업 리스크 확대
공급망 변경 등 요구땐 경영 부담
김정관 "美와 우호적 협의 지속"
■무역법 301조, 자국 시장 보호 목적
23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에서는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301조 조사 착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무역 관행이 미국 상업 활동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조사에 착수하고 대통령이 보복관세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301조는 이미 글로벌 통상질서를 뒤흔든 전례가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이 조항을 근거로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총 수천억달러 규모의 교역이 영향을 받았다. 당시 조치는 단순한 관세 인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업투자 방향 변화로 이어졌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지만 301조 적용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1980~1990년대 한국을 지식재산권 보호 미흡국가로 분류하고 301조 및 '슈퍼 301조' 압박을 가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미국의 '우선감시대상국(Priority Watch List)'으로 지정됐고, 특허·저작권 제도 개편 요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보복관세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제도 개선과 협상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이번에 미국이 무역법 301조 카드를 꺼내든 것은 과거 교역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는 데 목적을 뒀던 것과 달리 미국 시장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무역법 301조를 통해 미국이 적자를 많이 보는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이라며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5%' 외에 더 강력한 관세정책과 비관세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자동차·농산물 등 위험 우려↑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라 우려되는 분야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자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공급망 재편을 핵심 산업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 지원정책이나 중국과의 거래구조가 문제로 지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세 부과뿐 아니라 기술이전, 공급망 구조 변경 요구 등 비관세적 압박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자동차 역시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미 자동차 수출은 무역수지 흑자의 핵심 축이다. 미국이 환경·안전 기준, 세제 혜택, 보조금 정책 등을 문제 삼을 경우 비관세장벽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도 301조 조사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업 중심이었던 통상갈등이 디지털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산물 분야도 변수다. 미국은 통상협상에서 농업 시장 개방을 주요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한미 FTA 이후 상당 부분 개방이 이뤄졌지만, 위생·검역(SPS) 기준이나 추가 시장 접근 요구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농업은 산업 규모보다 정치적 민감성이 큰 분야로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될 소지가 있다.
허 교수는 "플랫폼 관련 미국의 압력을 전부 다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고 공익경제적 연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받아들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농사를 짓는 인구는 100만명이지만 소비자는 5100만명이라는 점에서 국민경제 전체 이익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접적인 차별이 아니더라도 차별 효과를 발생시키는 규제는 결국 미국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에 플랫폼 규제를 국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그 기준에 따른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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