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3조 '커클랜드앤엘리스'
국내 원고측 대리인의 120배
'다윗과 골리앗' 법정다툼 예고
美 디스커버리 제도 적극 활용
쿠팡 내부자료 확인 들어갈 듯
국내 원고측 대리인의 120배
'다윗과 골리앗' 법정다툼 예고
美 디스커버리 제도 적극 활용
쿠팡 내부자료 확인 들어갈 듯
■글로벌 '공룡' VS 국내 '신흥 강자'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 쿠팡inc는 최근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에 계류 중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법률 대리인으로 대형 로펌 '커클랜드앤엘리스'를 선임했다.
쿠팡 고객들의 법률 대리는 국내 로펌 대륜의 미국 현지 법인 SJKP가 맡았다. 대륜은 지난 2024년 112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설립 9년 만에 최단기 '10대 로펌'에 들어섰다. 다만 상대측과 매출만 놓고 단순 비교하면 1% 수준이다.
SJKP는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시민권자인 쿠팡 고객들의 의뢰를 받아 쿠팡inc와 김범석 의장을 상대로 한 손배소 소장을 제출했다. SJKP는 소장에서 "정보 유출 사고는 전직원의 보안 키 탈취에서 비롯된 '중대한 관리 실패"라고 주장했다.
SJKP는 소장을 쿠팡inc의 소재지인 미국 델라웨어가 아니라, 뉴욕에 제기했다. 델라웨어는 친기업 성향이 강한 주(州)인만큼 소비자 피해 구제 소송은 뉴욕에 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커버리와 법인격부인이 쟁점
양측 법률 대리인이 소송에서 다퉈야할 핵심 쟁점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활용한 쿠팡 본사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 규명이 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본다.
디스커버리는 재판에 가기 전 양측이 서로 가지고 있는 소송 관련 정보와 증거를 강제적으로 요구하고 교환하는 절차다. 일반적인 개인 정보 유출 사고의 경우 한국에서는 해당 기업이 대외비 등을 이유로 증거를 숨기면 수사기관을 통해도 입증이 어렵다. 반면 미국 법원은 정보 유출 기업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
즉 대륜 측은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쿠팡 본사의 이사회 회의록, 보안 투자 결정 내역, 보고 체계 등 내부 자료를 확인한 뒤 재판의 '스모킹 건'으로 활용할 전략이다.
법인격 부인(회사가 법인 형태를 남용한 경우, 회사 뒤에 있는 개인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것)도 쟁점이다. 쿠팡 본사가 "한국 법인의 문제는 한국 법인이 책임진다"는 논리를 펼칠 경우, 대륜은 '본사와 지사가 사실상 하나'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는 본사 이사회가 한국의 보안 예산을 직접 통제했는지, 핵심 보안 인력의 인사권이 미국 본사에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실질적 피해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법원은 판례에서 법률 위반이 있었다고 해도 원고가 실질적인 손해를 입지 않았다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규정(원고 적격성)한다. 원고들이 개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서 적합한지도 따져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동후 SJKP 미국변호사는 "대형 로펌이 방어를 맡는 경우 초기 단계에서 원고 적격성을 따지거나 손해의 구체성, 인과관계, 집단소송 요건 충족 여부를 중심으로 '소송 기각' 신청을 노리는 전략을 쓴다"며 "쿠팡 대리인은 내부 직원의 일탈 행위로 사건을 한정하고, 회사 차원의 고의·중과실을 부인하는 방향으로 책임을 축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고 적격성' 첫 관문
다만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 특성상 전자증거 분석 범위에 따라 전체 소송 기간은 수년 단위로 길어질 수 있다. 2월초 소송이 제기된 만큼 향후 2개월 이내에 피고 측 답변,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통상 6개월 내외로 이뤄진다. 본안이 유지될 경우 디스커버리 절차로 진입하게 되고, 집단 소송 인증 여부는 내년 2월쯤 나올 전망이다.
만약 원고가 승소할 경우 같은 피해를 본 모든 피해자에게 배상금(합의금)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조 단위' 배상금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앞서 쿠팡에 대한 미국 투자자 5곳은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대형 미국 로펌 '코빙턴 앤 벌링'을 선임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로펌 역시 2024년 매출 2조4000억원, 일명 '백악관의 대기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부 규제와 국제 분쟁 해결에 특화된 곳으로 전해졌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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