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미 김종훈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정부가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24일 오전 10시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엘리엇 ISDS 취소 판결 선고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조 과장은 "만약 이와 같은 중재판정이 취소되지 않고 그대로 확정돼 선례가 된다면 최대 1800조원 상당의 연금을 운용하며 수백, 수천개의 주식회사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 투자활동이 정부 조치로 간주하면서 잠재적인 ISDS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은 다른 해외투자자들까지 고려해 가면서 투자하거나 또는 이로 인해 투자활동 위축이나 국민연금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도 짚었다.
다만 "이번 정부의 승소를 통해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제법적으로도 명확히 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납부한 소중한 연금과 보험료가 모여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보다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환송중재 절차가 남아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당시 삼성물산 주주로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했으나 합병이 성사되자,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등을 문제 삼아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배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의혹과 연관된 부당한 압력 행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약 1조 원 이상의 주가 하락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정부가 약 690억 원과 지연이자 등 합계 약 1600억 원(올해 2월 기준)의 배상책임을 부담하라고 했다.
정부는 같은 해 7월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간주하고 정부의 '압력 행사'로 인한 손해를 인정한 중재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다음 해 8월 영국 법원은 한미 FTA 해석상 정부가 주장하는 취소 사유는 적법한 사유가 아니라며 각하 판결을 냈다.
이에 정부는 항소했고, 지난해 7월 영국 항소법원은 각하 판결을 뒤집고 정부가 주장하는 취소 사유는 적법하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1심으로 환송했다.
다시 심리한 1심 영국 법원은 취소 사유를 인용해 중재 판정을 일부 취소하고, 다시 중재 절차로 환송했다. 사건이 중재절차로 다시 환송되면서 우리 정부의 1600억 원 상당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중재판정은 유지될 수 없게 됐다.
한편, 엘리엇은 영국 법원의 허가를 얻어 이번 취소소송 선고 결과에 대해 항소할 수 있게 됐다. 엘리엇이 항소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할지 여부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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