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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 공실률에도…청담 건물주가 웃는 이유는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4 15:33

수정 2026.02.24 15:37

땅값 상승이 뒷받침한 '공실의 역설'
서울 강남구 청담 명품거리 이면도로의 한 매장이 1년 넘게 비어 있다. 사진=최가영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 명품거리 이면도로의 한 매장이 1년 넘게 비어 있다. 사진=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원래 있던 매장은 명품거리에서 더 떨어진 길 건너편으로 이전했고, 이 자리에 새로 들어온 매장도 문을 닫은 지 1년이 넘었습니다."(건물관리인 A씨)

24일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 명품거리 대로변은 유명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화려한 외관이 시선을 끌었지만, 이면도로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곳곳에 비어 있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고, 불 꺼진 매장 앞은 임시 주차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4분기 청담동 중대형상가의 공실률은 27.4%로 서울 전역에서 가장 높았다. 점포 3~4곳 중 1곳은 비어있다는 의미다.

같은 해 1·4분기 13.8%였던 공실률은 불과 몇 달 만에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를 초과하는 일반 건축물을 뜻한다.

명품거리 핵심 상권인 대로변에는 약 7년째 비어 있는 장기 공실 건물이 있다. '루이비통' 매장 길 건너편에 위치한 이건물은 지하 5층~지상 6층, 계약면적 1154평 규모다. 보증금은 70억원, 임대료는 3억9000만원에 나와 있다. 그동안 높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은 채 건물을 유지하다 최근에서야 전문업체를 통해 통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뒤편으로 들어가면 1층이 아닌 점포들도 전용면적 180㎡ 기준 평균 보증금은 1억5000만원, 월세 1000~1300만원 수준에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이미 기존 임차인이 자리를 비우고 나간 터라 권리금은 따로 없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청담 상권은 카페처럼 회전율 높은 업종보다는 오마카세나 병·의원 등 고가 업종이 주로 들어온다"며 "손바뀜이 잦지는 않지만 문의는 꾸준하다"고 전했다.

청담 명품거리 대로변 '펜디' 매장과 '보테가베네타'플래그십스토어 공사 현장 뒤편 건물들은 각각 1,2층의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사진=최가영 기자
청담 명품거리 대로변 '펜디' 매장과 '보테가베네타'플래그십스토어 공사 현장 뒤편 건물들은 각각 1,2층의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사진=최가영 기자
이처럼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를 쉽게 낮추지 않는 데에는 청담동 상권의 특수성이 작용한다. 이곳은 매출 중심 상권이라기보다 브랜드의 '상징성'과 '위상'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 공실을 감수하더라도 원하는 조건의 임차인을 기다리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 수년간 상승한 토지가격도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공실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2025년 4·4분기 청담 지역 투자수익률은 2.01%로 나타났다.
1·4분기 1.75%, 2·4분기 1.83%, 3·4분기 1.79%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투자수익률은 임대수익을 반영한 소득수익률과 건물 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수익률을 합산해 산출하는데, 청담 일대는 공시지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경기 둔화로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이 주춤했지만, 최근 5년 사이 토지 가격은 실무적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굳이 임대료를 낮출 요인이 크지 않고 입점 업종 제한을 두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