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 숙원인 ‘국가정보국’ 설립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 지원
정보수혜국에서 정보제공국으로
‘파이브 아이즈’ 수준 국가로 도약
방위성 등 5개기관에 흩어진 정보
CIA처럼 한곳으로 모아 공동분석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 지원
정보수혜국에서 정보제공국으로
‘파이브 아이즈’ 수준 국가로 도약
방위성 등 5개기관에 흩어진 정보
CIA처럼 한곳으로 모아 공동분석
국제정치는 생물이다. 정책은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3대 안보문서 개정 등 '강한 일본'을 주창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안보 행보는 예견된 수순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이 80년 만에 옷을 갈아입는다. 평화헌법 개정으로 전쟁도 정책옵션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정보맨으로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일본판 CIA' 창설이다. 일본 우익의 숙원사업이다. 2007년 아베 신조 전 총리도 국가정보기관 설립을 추진했으나 국내 정치여건의 비협조로 포기했다.
중의원 선거에 압승한 다카이치 총리는 정보 수집·분석·보호 체계를 일원화하는 '국가정보전략'을 공식화했다. 지난 18일 소집된 특별국회에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으로 불리는 '국가정보국' 창설법안을 제출했고, 하반기에는 총리가 의장을 맡는 국가정보회의도 신설한다. 선진국 해외 첩보기관을 벤치마킹하여 내년 말까지 대외정보청(가칭)도 창설한다.
일본판 CIA 창설의 의도는 무엇일까.
첫째,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을 정보(intelligence) 차원에서 지원한다. 일본은 1867년 메이지유신 이후 청일전쟁(1894년), 러일전쟁(1904년), 만주사변(1931년)에 이어 1941년 진주만 공격 등 침략전쟁을 수행했다.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기습으로 1945년 핵폭탄을 맞고 항복하기 전까지 연전연승했다.
강한 정보력의 뿌리는 깊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닌자(忍者)는 12세기부터 존재해온 첩보조직이다. 사무라이가 정통 군인이라면 닌자는 비밀 첩보활동을 수행하는 슈퍼 스파이다. 개헌으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군사력, 경제력 및 정보력이 필요하다. 두 가지는 구비했고, 정보력 확충의 시기가 도래했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이 정보력과 융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둘째, 미국으로부터 중러 및 북한 정보를 제공받는 정보수혜국에서 정보제공국으로 변신이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파이브 아이즈' 수준의 정보력 국가로 도약을 시도한다.
일본은 중러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다. 중국 국가안전부(MSS)와 러시아 정보부(KGB)의 대일 정보활동은 전방위적이다. 기존 외사경찰로는 친중 공작에 대한 방첩활동이 한계에 달했다. 일본 해역에 빈번하게 출몰하는 중국 정보수집 함정들은 점차 작전 범위를 확대했다. 외사경찰과 방위성, 외무성이 중앙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정보분석을 해야 한다. 다카이치 정부는 중국을 겨냥, 정보 보호에 방점을 둔 '스파이 방지법'도 제정한다.
셋째, 일본 종합정보 수집능력 개선이다. 일본의 정보 기능은 △관방부 산하 내각 정보조사실 △법무성 공안조사청 △경찰청 외사정보부 △외무성 국제정보총괄관 △방위성 정보본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5개 기관의 정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각각의 정보가 총리실로 올라가는 구조다. 중대사안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합동으로 정보분석을 한다.
총리실은 각 기관 정보를 취합하지만 공조 기능에 한계가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비밀정보국(MI6)처럼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종합분석해 판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외교·안보 정책의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NSS)'에 정보 관련 종합규정이 있기는 해도 NSS와는 별도의 선진화된 국가정보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정보기관은 일본 보수 세력의 오랜 염원이었다. 위기 시 정보(情報)는 무기가 된다. 정보를 경시하는 국가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국익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보전쟁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정보는 국력이다'는 국가정보원의 구호다. 하지만 현재 정보가 국력인지는 미지수다. 국내정치화된 정보기관은 고유의 정보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65여년의 정보활동 경험이 축적된 멀쩡한 정보기관조차 정치적 차원에서 약화됐다. 정보기관을 여의도 정치에 끌어들이고, 수장의 구속이 빈번한 우리 정보기관은 그야말로 좌표를 상실한 신세다. 설 연휴 영화 제목인 '휴민트(Humint)'는 극장에서나 가능하다. 영화에 나오는 대북·중·러 정보수집 스토리는 과거 선배 정보맨들의 비화에 불과하다.
일본의 국가정보국 신설은 정보 차원에서 한일 국력의 격차를 반영한다. 비교우위에 있던 정보기관조차 후발주자인 일본 국가정보국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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