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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주에도 전 세계 금융 시장 '차분'…"AI 변수가 더 위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5 04:11

수정 2026.02.25 04:11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이 24일(현지시간) 잦아들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트럼프 관세보다 인공지능(AI) 파급효과와 이란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이 24일(현지시간) 잦아들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트럼프 관세보다 인공지능(AI) 파급효과와 이란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주’ 충격이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전세계 금융 시장은 24일(현지시간) 다시 일상을 회복했다.

연방대법원이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는 위법이라고 판결한 뒤 무역법 122조를 동원해 150일짜리 ‘글로벌 관세’를 도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곧바로 이를 15%로 올린다고 밝히는 등 ‘폭주’했다.

그 충격으로 23일 뉴욕을 비롯해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출렁거렸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내성’을 갖게 된 시장은 하루 만에 충격에서 벗어났다.



안정 찾은 시장

아시아, 유럽 증시에 이어 뉴욕 증시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는 2% 넘게 뛰었고, 도쿄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도 0.9%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 지수도 0.9% 올랐다.

유럽에서도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가 0.3% 올랐다. 프랑크푸르트 닥스지수와 런던 FTSE100지수는 각각 0.02%, 0.04% 밀리며 약보합 마감했지만 유럽 시황을 폭넓게 반영하는 스톡스600유럽지수는 0.23% 올랐다.

뉴욕증시도 3대 지수가 1% 안팎 상승했고, 소형주 2000개로 구성된 러셀2000은 1.1% 뛰었다. 전날 심리적 저항선 20이 다시 뚫렸던 ‘월가 공포지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8% 가까이 급락하며 19.38로 떨어졌다.

관망

CNBC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조처가 최대 150일 동안만 유지될 수 있는 임시 조처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 구조를 바꿀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트럼프가 글로벌관세율을 15%로 정했지만 관세를 집행하는 관세국경보호청(CBP)에는 10%로 통보하는 등 행정적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일단은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지배적이다.

관세보다 더 큰 놈이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사실 관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본질적이고 거대한 이슈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지정학적 리스크다.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3.5를 공개하면서 증시 상승 동력이 됐던 AI는 지난해 후반 막대한 투자가 언제 수익으로 연결되느냐는 질타 속에 ‘회의론’이 대두하며 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됐다.

올해에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소프트웨어, 나아가 이들에게 돈을 댄 사모펀드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AI의 파괴적 영향이 어떤 업종으로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화두는 이란 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 논의가 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이제 5년째로 접어들었고, 중동에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놓고 트럼프가 최후통첩을 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트럼프는 외교를 통한 해결이 우선이라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만간 군사작전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점 역시 시장이 관세 충격을 떨쳐내는 데 보탬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투자자들은 일희일비할 수 있지만 트럼프 관세가 새로운 것도 아니고, 불리하다 싶으면 트럼프가 언제든 꽁무니를 뺄 것이라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인식이 뿌리 깊은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큰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 BRI 자산운용의 투자책임자 토니 메도스는 이번 조처가 150일짜라 한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메도스는 새 관세로 세수가 늘겠지만 이는 결국 미 소비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성장을 해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시장이 더 주목해야 할 이슈들이 있다면서 AI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글로벌 거시 분석 책임자 카스텐 버젠스키는 글로벌 관세율이 조만간 10%에서 15%로 오르겠지만 지난해 4월 ‘해방의 날’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버젠스키는 더 큰 변수는 관세율이 아니라 새로운 체제 속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