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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도 1년째 안팔려…비아파트는 규제 빼달라"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5 18:41

수정 2026.02.26 00:36

다주택자 대출 연장 제한 검토에 임대사업자 집회
"전월세 매물 감소·보증 사고 확대 땐 국민세금 부담될 것"

25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인근에서 진행된 비아파트 임대시장 보호 촉구 집회에서 강희창 한국임대인현합회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가영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인근에서 진행된 비아파트 임대시장 보호 촉구 집회에서 강희창 한국임대인현합회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강남에 10채를 내놨는데 1년째 한 채도 안 팔렸어요. 비아파트는 임시 거처지라 누가 소유하려고 하나요."
25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한국임대인연합회는 정부의 다주택자 대출 상환 강화 방침에 반발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만난 오피스텔 임대사업자 양모씨는 "강남도 아파트가 아니면 수요가 없어 안 팔리는 지경인데 다른 지역은 오죽하겠느냐"며 "임대사업자는 현금 여력이 넉넉해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다. 대출 연장이 막히면 결국 임차인에게 피해가 돌아가는데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는 약 100명이 모였다. 다세대·오피스텔 등을 임대하는 사업자들이 '아파트와 비아파트는 다르다', '민생 주거 서비스 제공이 죄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정부가 아파트값 안정을 위해 검토 중인 다주택자 대출 상환 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비아파트 임대시장에 연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는 임차인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1994년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세제·금융 혜택을 확대하며 등록을 유도했지만, 다주택자를 양산한다는 비판 속에 2020년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폐지됐다. 현재 등록임대는 원룸,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위주다.

서울 송파구에서 다세대주택 8세대를 임대 중이라는 한 사업자는 "다세대는 호수가 많아 통으로 팔 수도 없고, 세금도 세대별로 쪼개진다"며 "아파트와 같은 잣대로 규제하면 출구가 없다"고 토로했다. 부산에서 온 71세 임대인은 "정부가 등록하라 해서 14년째 제도권 안에서 임대료 상한 5%를 지키며 사업을 해왔다"며 "이제 와 대출 만기 연장을 막겠다는 건 임대사업자 다 죽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가장 우려가 나오는 지점은 청년 전월세 시장이다. 비아파트는 1~2인 가구와 사회초년생, 고령층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 유형이다. 관악구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는 "관악구에만 청년 세대가 16만 명인데 공공임대를 새로 짓는 3~4년 동안 이들이 어디로 가느냐"고 반문했다.

대출 상환 압박이 현실화되면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경우 경매로 이어지고, 이는 세입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장이 금융권과 보증기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세보증 사고가 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대위변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비아파트 대출은 소액·다건 구조가 많아 상환 불능이 확산될 경우 은행권 채권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회 회장은 "수십 년간 정부의 파트너로 민간임대 물량을 공급해왔는데, 문제가 생기면 국민 세금을 낭비한 다주택자로 몰리며 마녀사냥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를 일괄 규제하기보다 유형별로 구분한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임대인에게 정책의 영향이 미치면 임차인에게도 최대 4년까지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며 "임대인이라고 다 같게 보고 한 바구니에 넣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권에서 사업해온 이들을 보호하고, 임대사업 의지 없이 주택을 사들인 경우를 규제하는 것이 맞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연합회는 집회 후 청와대에 비아파트 임대사업자의 대출 연장 제한 등 규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임대인현합회 소속 임대사업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최가영 기자
한국임대인현합회 소속 임대사업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최가영 기자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