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줄어들며 이달 100조 깨져
수익률 0.01%…주식형과 대조적
국고채금리 오르며 투자심리 악화
ETF 순유입 규모는 1106억 그쳐
수익률 0.01%…주식형과 대조적
국고채금리 오르며 투자심리 악화
ETF 순유입 규모는 1106억 그쳐
국내 채권형 펀드 시장이 금리 변동성에 직면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반대로 금리 인하 기대감은 뒷걸음질 치면서 채권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의 총 설정액은 96조1009억원이다. 지난달 28일 101조1191억원에서 이달 들어 5조원이상 유출돼 100조원이 무너졌다. 지난해 8월 28일(99조7878억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선 올해 들어서만 2조478억원어치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8조8921억원이 순유입됐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올 들어 국내 채권형 ETF에는 1106억원이 순유입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ETF에 31조1673억원이 늘어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수익률도 눈에 띄게 부진한 모습이다.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0.01%에 그친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같은 기간 40.33%에 달했다. 올 들어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통상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953%에서 지난 20일 연 3.158%로 20.5bp(1bp는 0.01%p) 상승했다.
금리 상승 배경으론 복합적 대외 요인이 꼽힌다. 미국의 경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경제지표가 호조를 띠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 풀 꺾였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점도 금리 불확실성을 키웠다. 재정 확대를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월 총선에서 재선출되면서 일본 장기채 금리가 뛴 것 역시 국내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국고채 금리 상승은 증시 강세에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심리가 약해진 데다, 반도체 수출 중심의 경기 확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채권 강세 재료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조수희 LS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수출 호조를 통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개선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환율과 주택 가격 상승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까지 확대되면서 기준금리는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오히려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주식시장 강세에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지속되면서 채권 시장 소외가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 국가는 한국인데, 최근 금리를 올린 일본이나 호주보다도 더 많이 상승했다"며 "주식 상승 중심에 있는 반도체칩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것이 확인돼야 채권 시장 안정 심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26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당국이 채권시장 관리 의지를 보이면서 금리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동결 장기화에 대한 경로가 제시되거나 반도체 경기 낙관의 눈높이가 추가로 상향되지 않는 부분이 확인돼야 금리 변동성이 유의미하게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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