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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화 구조조정 1호 승인, 속도·혁신으로 고삐 좨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25 18:41

수정 2026.02.25 18:41

대산 1호 승인 및 금융지원 확정
추가 4개 프로젝트 신속 추진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벼랑 끝에 몰렸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마침내 구조개편의 첫 단추를 끼웠다. 정부가 25일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대산 사업장 통폐합을 골자로 한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2조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금융·세제 지원 패키지를 확정 지은 게 큰 결실이다. 신규 자금 공급, 영구채 전환, 채무상환 유예 등 업계에서 요구해온 지원책을 맞춤형으로 망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중복시설을 통폐합하고 유동성 지원만 신경썼다면 비판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새로 통합하는 법인의 재무 안정성과 사업 정상화를 동시에 겨냥한 구조적 처방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업계가 오랜 협의 끝에 이끌어낸 첫 성과여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자축하기엔 이르다. 겨우 첫 단추를 끼웠을 뿐 갈 길이 한참 멀기에 챙겨야 할 사안이 많다. 우선 1호 프로젝트 자체도 완전히 가동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합병계약 체결, 기업 분할, 신설 통합법인 설립 등 일련의 절차가 오는 9월까지 이어진다. 예정된 계획대로 순탄히 진행되더라도 설비 합리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완성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더 큰 문제는 1호 프로젝트 외에 추가 과제들이 산적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부에 제출된 사업재편안은 총 5개에 달한다. 이번에 승인된 대산 1호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프로젝트가 세부안 제출을 앞두고 있다. 1호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과정에도 두 합병 회사 간 눈치 보기와 정부의 지원책 논의를 두고 시간이 한참 걸렸다.

앞으로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프로젝트 역시 참여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물론 1호 프로젝트 협상이 잘 마무리된 덕분에 나머지 프로젝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 호락호락 굽히지 않을 것이다. 해당 기업들의 협상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며, 타결 시점도 예단할 수 없다.

5개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해도 여전히 회의감이 남을 수 있다. 이번 구조조정의 효과가 얼마나 크게 나올지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시장의 글로벌 업황이 회복해야 구조조정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우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중국의 글로벌 시장 확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만 최선을 다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경쟁자의 발전 속도도 잘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중국은 막대한 국가 자본을 앞세워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다.

5개 구조조정 프로젝트 자체가 임시방편 수준에 그친 수준이라면 그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준으로 구조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관건은 속도와 혁신이다. 1차에 이어 후속 프로젝트들이 지체 없이 추진돼 구조개편의 전체 그림이 조속히 완성돼야 한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중국과 중동의 경쟁 속도에 밀리고 말 것이다.
아울러 각 기업은 재편의 과정에 부단한 기술개발과 사업혁신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막중하다.
1호 승인에 안도하지 말고 후속 프로젝트의 세부안 제출과 협의 과정을 적극 중재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