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5일(현지시간) ‘일부 국가’에 15% 이상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0%에서 15%로 일괄 인상” 방안에서 후퇴했다.
대신 현재 법령이 정한 상한선인 15% 이상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무역법 122조 외에 여러 법률을 동원해 대대적인 관세 부과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특정 국가나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같이 말했다.
최대 100% 관세 나오나
그리어가 ‘일부(some)’ 국가에 15% 이상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글로벌 관세’의 법적 근거인 무역법 122조 외에 다른 법 조항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122조는 ‘국제 수지 방어’라는 뚜렷한 명분을 전제로 최대 15%, 최장 150일까지만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비상조처를 명문화한 규정이다. 기간을 연장하려면 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122조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시간벌기용으로 내놓은 긴급 처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어의 이날 발언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판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상호관세 효과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근거 확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이른바 ‘슈퍼 301조’로 알려진 무역법 301조가 있다. 무역 상대방의 불공정 무역에 관한 규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25~100% 관세율을 매길 수 있다.
철강, 알루미늄처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무역확대법 232조도 있다.
1930년대 만들어진 오래된 법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미국을 차별하는 국가에 최대 50%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관세법 338조다. 그리어는 이를 ‘비장의 카드’라고 말했다.
122조를 통해 급한 불을 끈 뒤 조사가 끝나는 대로 301조 등을 동원해 무역장벽을 더 촘촘하고, 영구적으로 쌓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
그리어는 인터뷰에서 중국과는 당분간 현상 유지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의 방중 일정에 앞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다음달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한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4월 정상회담에서 이 휴전을 연장하거나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등 경제협력을 확정 짓게 될 전망이다. 중국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 전까지는 회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마냥 손 놓고 기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USTR은 반도체, 해운, 물류, 조선 분야 등에서 중국이 불공정 무역관행을 갖고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중 정상 회담에서 협상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거나 301조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면 15% 이상의 보복관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 베트남, 주요 파트너
브라질과 베트남도 USTR의 조사에 직면했다.
브라질은 전자결제 서비스 규제와 미 기술 기업 차별, 에탄올 시장 접근 제한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조사 대상이다.
그리어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를 콕 집어 언급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최근 19% 관세를 수용했지만 수산물 보조금, 산업 과잉 생산을 확인하기 위해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트남도 과잉 생산과 환율 조작 문제로 USTR의 지속적인 감시 대상이다.
한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
그리어는 대부분 주요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에 대해서는 디지털서비스세에 대해 미국의 불만이 높다. 미국은 디지털서비스세가 자국 빅테크를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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